“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라”
오늘의 복음성서 내용은 하찮은 참새까지도 보살펴 주시는 우리의 아버지께서는 참새보다도 더 귀한 우리의 머리카락까지도 낱낱이 다 세어 두셨으니 박해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예수님으로부터 전해들은 복음을 사람들에게 대담하게 선포하라는 예수님의 당부이시다.
비신자인 애인과 관면혼인을 하고 몇년째 살고 있다는 어느 자매가 찾아와서 신앙생활을 하기가 너무 힘이 드니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라는 문의를 해왔다. 내용은 이러했다. 그가 그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온 다음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났고 시아버지는 빚쟁이들이 무서워 피해다니고 남편은 교통사고를 내서 구치소에 들어갔는데 시어머니가 무당에게 가서 물었더니 불교집안에 천주교 며느리가 들어와 그렇게 되었다고 하면서 천주교를 버리고 불교를 믿든지 하라며 매일 들볶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위로하면서, 이혼도 어렵고 배교도 어려우니 박해시대에 우리 선조들이 하셨던 것 처럼 드러나지 않게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열심히 하라고 격려를 하며 돌려보냈다.
신앙 때문에 박해를 받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가톨릭 신앙이 전래되면서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100여년간이나 겪어야 했던 혹독한 박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가톨릭 신자들에게 신앙을 버리도록 하기 위해서 고안한 형벌과 제도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잔인했던가!
나라는 나라대로 단지 가톨릭 신앙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직과 신분과 재산을 몰수하고 고문을 하고 옥에 가두고 유배를 보내 죽였으며, 문중에서는 문중대로 천주학쟁이가 문중을 더렵혔다고 족보에서 제적시켰다.
또한 가족들은 가족대로 날마다 갇힌 옥으로 찾아와 호통도 치고 울며 불며 애원도 하는 모습을 겪어야만 했으니 그 정신적인 고통이 오죽했으랴!
우리 가톨릭교의 지난 2000년 역사를 거슬러 볼 때 강한 저항을 받지 않고 신앙을 전파할 수 있었던 나라가 과연 몇 나라나 되었던가?
예수님의 12사도들 마저 박해를 받아 사도 요한은 파모스섬으로 유배를 가 숨을 거두었고 나머지 11명은 복음을 선포하다가 모두 순교하였다.
우리 가톨릭 신앙의 창시자인 예수님마저 태어나자마자 이집트로 피난을 가서 유아시절을 보내야만 했고 공생활 때에는 가시는 곳 마다 지도층 인사들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으시더니 마침내 사랑하는 제자에게 인신매매까지 당하셨다.
그토록 하느님을 사랑했건만 하느님을 모독했다는 종교적으로 가장 큰 죄를 언도받고, 모든 사람들에게 남김없는 사랑을 베풀고 봉사를 했건만 가이사르 황제를 거역하여 스스로 유다인들의 왕이 되었다는 정치적으로도 가장 큰 죄인 역적죄를 뒤집어 쓰시고, 폭도로 변해버린 동족들의 온갖 학대와 야유와 수모속에 십자가를 지고 갈바리아 언덕 위로 몇번씩이나 넘어지면서 올라가 비참하게 처형되어 죽지 않으셨던가!
일찍이 예수님은 사도들이 장차 받게될 박해를 예고하시면서 『너희가 세상에 속한 사람이었다면 세상이 너희를 사랑했겠으나, 너희는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니고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선택했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볼 때 우리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이고 우리 그리스도교는 순교자들의 피로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할 수 있겠다.
그 숱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가 흔들리지 않고 우뚝 서 있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교회를 베드로라는 반석위에 세우시면서 지옥의 힘이 감히 이기지 못하리라고 보증하셨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시킴으로써 자기네들이 승리한줄로만 여겼던 것이 예수께서 영광스러이 부활하심으로써 도리어 승리와 영광과 통치권은 예수님께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너희의 머리카락까지도 다 세어두셨으니 너희의 육신을 죽이는 더 이상 죽음이 아니고 새로운 삶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순교하여 목숨을 잃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머리털 하나 잃는 손실만도 못한 것으로 여기고 매일 매일 자아를 버리고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고 있는 이 장엄한 행렬을 이 세상 어느 권력이 막을 수 있겠는가?
그리스도의 승리.
그리스도의 왕국.
그리스도의 다스림』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상담〉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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