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는 법 알려준 은총 나눌터”
한국에 정착한지 9년째 접어들었다. 밤낮없이 뛰어 국내에서 최초로 느릅나무 뿌리를 원료로 한 건강먹거리 생산공장도 운영하게 됐다.
이젠 「전동무」가 아닌 「루가씨」 「전사장님」 등의 호칭에 훨씬 익숙해졌다.
올해 가장 큰 바람은 확장 이전한 사업체가 탄탄히 자리매김해 더욱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일자리를 찾고 자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전영일(루가.인천 연수본당)씨는 지난 1997년 혈혈단신으로 탈북했다. 어렵사리 한국에 정착했지만 자립을 위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사기를 당하면서 정부에서 지원한 정착금을 탕진하고 좌절하기도 수차례. 수많은 장애물을 딛고 서 최근 북한이탈주민 5명과 공동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자활공동체」를 마련했다.
공동창립에 나선 동료들 중에는 『우리끼리 먹고살기도 힘든데 다른 사람들 일자리까지 신경쓰느냐』며 반대하는 이도 있었지만 「이웃과 더불어」 살고싶은 전씨의 바람은 작은 결실을 맺어 두어달만에 6명의 탈북동포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게 됐다.
아직은 고정 판매 매장도 없어 직원들과 매월 40여만원 남짓한 월급을 나누기에도 빠듯하지만 희망의 끈은 놓지 않는다.
『성당에서는 밥을 먹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먹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그렇게 받은 하느님의 은혜를 다른 북한이탈주민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습니다』
전씨는 현재의 모습으로 정착하기까지 한결같이 그의 곁을 지켜준 것은 바로 하느님이었다고 강조한다.
전씨는 목재기술자로 러시아에 파견 근무할 당시 한국인 사제를 만나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 탈북하기 한해 전에는 러시아를 방문한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한국행을 더욱 굳게 결심하게 됐다.
한국에 들어오자 개신교회에서는 너도나도 나서 자매결연을 맺고 매월 수십만원씩 생활비를 지원해줬다. 그러나 결국 전씨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성당이었다. 「영혼의 양식」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예비신자 교리반에도 들어 이듬해 인천교구 연수본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돈보다도 이웃의 정이 더욱 필요했습니다. 성당에 나가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지만 인사치례나 교세확장의 목적이 아닌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는 신자들에게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축복식을 가진 공장에서는 북한의 건강식품인 느릅냉면과 느릅찐빵, 느릅차 등을 생산하고 있다. 평안남도 양덕에서 직수입한 느릅나무 뿌리껍질(유근피)를 재료로 개발해 위장병과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높은 소위 「웰빙식품」이다. 약재로 주로 사용하는 느릅나무를 식품화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 특허도 받았다.
최근 인천교구에 내 각 본당에서는 판매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 매주일이면 본당을 돌며 판매를 하고 있다. 본당 기관단체 등에서 위탁판매를 하면 이익금을 나누고 있다.
『공동창업 동료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생활비를 한번도 가져가본 일이 없습니다. 자활공동체가 내실을 갖춰 더욱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고정된 일자리를 갖고 가정공동체를 꾸릴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식품 문의=(031)996-4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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