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낸 우리 정신지체 친구들의 모습을 더 가까이서 바라보고 싶은데 지도하는 선생님은 자꾸만 의자에 앉으라 한다. 친구들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려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리에 앉아 무엇을 하려고 하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친구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손목에는 야광 팔찌를 하고 손에는 불꽃을 들고 캠프파이어 장으로 줄을 지어 입장하는 모습을 보며 힘든 도전을 멋지게 해낸 친구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주었다.
『우리가 이틀을 걸어서 속리산까지 간다는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은 과연 할 수 있을까? 지쳐 쓰러져 병이 나지는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해냈습니다』라는 선생님의 나레이션과 함께 대형 스크린에는 출발에서부터 속리산 입구 수련원에 도착하기까지 이틀간의 대장정이 펼쳐지고 있어 그 감동을 더해 주었다. 자신의 모습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오니까 이틀간의 여정을 돌이켜보며 우리 친구들도 힘들었지만 해냈다는 자부심을 더 많이 느끼는 듯 하다. 배웅 나오셨던 부모님들의 인터뷰를 통해 한결같이 잘 해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항상 돌보아주고 부모가 무엇인가를 해줘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었는데 그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모습만으로도 부모님들에게는 감격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부모님들의 격려와 사랑의 힘으로 이렇게 낙오자 없이 멋지게 「도보 캠프」를 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정신지체인들은 분명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독립하여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그 도움이 어느 정도로 체계적이고 반복적이며 당사자에게 적합하면서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것인가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늘 나의 모습은 지나온 나의 삶이 경험이 축적되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도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능력이 떨어진다 하여 스스로 도전해 보기도 전에 『안돼, 못해, 할 수 없어』라고 하면서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그 상태에 머물러 있겠지만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분명히 자신만의 속도로 발전을 하게 된다. 그런 믿음으로 우리 선생님들과 친구들은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인 초봄부터 매일 조금씩 걷기 훈련을 하여 체력을 단련하였다. 오늘 그 결과가 이렇게 멋지게 나타난 것이다. 가슴이 벅참을 느낀다.
한참을 화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친구들과 함께 모닥불에 점화를 하라고 선생님이 나를 부른다. 얼른 친구들에게로 달려가 함께 막대에 불을 붙여 모닥불에 점화를 하자 함성과 함께 불꽃이 높이 솟아오르고 캠프파이어의 시작을 알리는 신나는 음악의 볼륨이 커지면서 언제 피곤했느냐는 듯이, 그 긴 길을 언제 걸어왔는가도 잊은 채 흥겹게 춤을 춘다.
조금 전까지도 물집이 잡혀서 발이 아프다던 친구들까지도 열성을 다해 신나게 말이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를 즐기고 받아들일 줄 아는 우리 친구들이 있기에 「아 참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이재례 수녀〈청주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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