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배아는 분명한 인간”
더이상 공감·동정에 호소말고 국민의 이성·지성에 호소해야
현대 사회에서 여론은 언론에 크게 의지한다. 특히 논쟁의 주제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거나 접근할 수 없는 고도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을 때, 언론 보도의 방향은 독자나 시청자의 이해와 의견에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최근 생명윤리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보도에 있어서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전방욱 교수(강릉대학교 생물학과)가 「배아복제 연구자의 수사적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6월 18일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정기회의 및 소세미나 자리에서 발표한 논문은 언론 보도에 나타난 생명과학자들의 발언과 수사 전략을 분석했다.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보도들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요지를 두 차례 걸쳐 소개한다.
일반인들은 언론을 통해 인간배아 복제 지식을 얻는 주요 정보원으로 사용한다. 언론을 통해 나타난 배아복제 연구자들의 주장, 태도, 호소 등은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어필하며, 「신의 손」, 「신의 경지에 도전」 등 신격화된 복제 연구자들은 반대 여론을 차단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로 로고스(Logos),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를 꼽는다. 로고스는 청중의 이성과 지성에 호소하고, 에토스는 화자의 신뢰도 과시, 파토스는 청중의 공감이나 동정에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
언론 보도에서 나타나는 수사학을 분석하는 것은 배아 복제와 관련된 전략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로고스에 기반을 둔 「경성」 뉴스 가치는 점점 오락적 기능을 갖는 에토스와 파토스에 기반을 둔 「연성」적 이야기에 의해 보충되며, 줄기세포 논쟁에서 이런 수사학은 복제 연구자들의 강력한 설득 수단이다.
언론은 수사학적 오류와 남발을 통해 복제 연구자의 도구가 됨으로써, 배아 복제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 에토스, 파토스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로고스는 부족하거나 왜곡됨으로써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논의 과정이 크게 왜곡됐다. 우선 로고스의 오류와 남발의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로고스 오류 사례 1-『배아는 수정란이 아니다』
『난자와 정자의 결합이라는 수정의 과정을 일체 거치지 않고 있으며…』(6월 15일 정진석 대주교와의 만남에서)
『생명이 될 가능성이 없는 줄기세포이므로 생명을 파괴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최수문, 배아줄기세포 연구 논란 지속, 서울경제 6월 12일)고 보도됐다.
▨로고스 오류 사례 2-『배아 복제와 인간 복제는 다르다』
『줄기세포 치료기술은 근본적으로 인간복제와는 다른 기술이다. 어떠한 인간복제 시도에도 철저히 반대한다』(미 교수 『영국 산업혁명과 비견되는 사건 서울서 일어나』. 조선일보 2005년 5월 20일)
『인간복제는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해 1세기 안에는 복제인간이 탄생하지 않을 것』(박방주. 황우석 교수 관훈토론 지상중계. 중앙일보 2005년 6월 8일)
▨로고스 용어 사용 회피 사례 1-『배아가 아니라 세포』
『배아라고 하는 용어를 쓰고는 있지만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거나 이런 것들이 전혀 확인된,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아니라는거죠. 그래서 체세포 핵이식체, 또는 체세포 핵이식 세포(라고 말해야)』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부터 직접 얻은 피부세포를 체세포 핵이식이라는 기술로 유도한 서울대 연구팀의 줄기세포는 난자와 정자의 결합이라는 수정의 과정을 일체 거치지 않았으며, 또한 (현재까지는) 착상의 가능성이 전혀 없어 생명으로 발전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윤정국. 종교와 과학이 머리 맞대다. 동아일보 2005년 6월 16일).
▨비판
피부 세포는 자궁에 착상시키면 인간으로 발달하지 않으나, 복제 배아는 인간으로 발달한다. 따라서 복제 배아는 피부세포와 달리 인간이며, 피부세포와는 다른 도덕적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배아는 수정란이 아니다, 배아복제는 인간 복제와 다르다, 배아가 아니라 세포」라는 등의 주장은 오류이다. 황우석 교수 등은 로고스를 적용해야 할 경우에 에토스나 파토스를 동원한다. 생명윤리를 고민하는 과학자로 비춰지지만 실제 생명윤리 토론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로고스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개질의에 답해야 한다. 예컨대, 한국생명윤리학회가 지난해 5월 제기한 12개항의 공개 질의서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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