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는 사람을 변하게 합니다”
프롤로그
한국교회 대표적 미디어 선교사
주연 임인덕 신부, 제작 감독 각본 편집 홍보 보급… 임인덕 신부. 임신부의 지난 「영화 사목」의 여정을 한편의 영화로 담는다면 엔딩 크래딧은 온통 「임인덕 신부」로 장식될 듯 하다. 그만큼 그의 「영화 사목」은 주변의 무관심과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홀로 매진한 힘겨운 여정이었다.
「한국교회 대표적 미디어 선교사」란 표현은 임신부를 칭할 때 곧잘 쓰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수십년째 홀로 「영화 사목」을 펼치고 있는 사제가 있음을 잘 알지 못했다.
임신부의 한국 사목 40주년을 한 해 앞둔 2005년 6월 24일,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는 이례적으로 생존해있는 사제의 업적을 기리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돼 임신부의 사목 인생 일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임신부를 주인공으로 한 시놉시스는 40여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Chapter #1
이야기의 첫머리 … 임인덕
올해 70세인 벽안의 사제 임인덕 신부(왜관 성베네딕도 수도원)이다. 본명은 하인리히 세바스티안 로틀러(Heinrich Sebastian Rhotler). 독일 출신이다. 한국 유학생들에게 좋은 인상을 받아 1965년 사제수품 이듬해 한국땅을 밟았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종교학, 영화학, 심리학, 철학 등 다양한 전공분야를 거쳤다.
한국 이름은 직접 지었다. 독일어 이름에 나무의 의미가 들어있어 성은 수풀 림(임.林)을, 한국인 정서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는 유교와 불교의 가르침에서 각각 인(仁)과 덕(德)을 따 이름자로 삼았다.
Chapter #2
1971년 분도출판사 … 예언자
그는 늘 「준비」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뛰어난 직관으로 미래지향적인 선택을 이어가는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임신부가 재직한 22년 동안 분도출판사는 400여편의 해외저술을 번역, 출간한다. 그는 결코 독자들의 취향이나 인기에 부합한 책을 우선 선택하거나 무계획하고 즉흥적인 출판을 시도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한국교회 장래를 위해 가장 시급히 필요한 책, 신학생들을 위한 진보적 신학서적 번역 등이 최우선 과제다. 70년대 당시 한국의 모든 신학도는 물론 타종교에서도 분도출판사의 신학서적은 유일무이한 교과서이자 참고서가 됐다.
또 사회정의와 건전한 사회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각종 인문.사회과학서적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꽃들에게 희망을」 등의 스테디셀러도 당시 임신부가 선정한 책들이다.
Chapter #3
1974년 분도시청각실
임신부는 출판과 함께 「영상매체」의 중요성을 크게 인지한 사제였다. 74년 출판사 내에 분도시청각실을 설립한다. 그가 영화.비디오 작업을 시작하면서 던진 질문은 『한국인들은 예술적 감각이 무척 뛰어나다. 그런데 교회는 왜 이같은 예술감각을 활용하지 않는가?』였다.
76년 이후 30여편의 16mm 필름을 한국어로 더빙한다. 직접 대학생들과 본당 노동자 등에게 상영해주고 토론도 이끈다. 수도원 내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제작에도 나선다. 8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걸음을 딛기 힘든 상태가 되었지만 임신부는 더 큰 소명의식으로 한국어 비디오 제작에 나선다.
Chapter #4
1993년 베네딕도 미디어
93년부터는 「베네딕도 미디어」 대표를 맡아 본격적으로 영상매체 제작에만 매달린다.
원작 선정에서부터 번역, 더빙, 자막, 디자인을 거쳐 홍보, 유통, 재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소화한다. 제작비 마련을 위해 외국 후원자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쓰는 일도 그의 몫이다.
좋은 영화 선정을 위해 수십번 이상 영화를 보고 또 본다. 지금까지 번역, 보급한 작품은 시리즈를 포함해 60여종. 오로지 빼어난 영상미와 가치로운 내용을 겸비한 작품만을 선정한다. 「좋은 영화는 사람의 가치관을 변하게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베네딕도 미디어를 통해 그가 번역 보급한 작품들은 러시아 영화철학자이자 감독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감독의 작품 「거울」 「잠입자」, 키에슬롭스키의 「십계」를 비롯해 안제이 바이다의 「재와 다이아몬드」, 쟈끄 리베뜨의 「잔다르크」 등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작품들이다. 특히 국내 미개봉작들도 다수 포함돼 그 가치를 더한다.
또 우수 종교영화와 다큐멘터리는 물론 레오 리오니의 「동물우화」 등 어린이들을 위한 비디오와 DVD도 제작 보급하고 있다.
『묵상.그리스도교 교육.사목에 대한 비디오 다큐멘터리 필름을 만들고 연대감.자유.인권.평화의 가치관을 정립시켜줄 극영화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제작하는 것이 저의 소임입니다』
임신부는 또한 이렇게 말한다.
『예수님께서 우리 시대에 사셨다면 영화감독이 되어 영화를 통해 「말씀」을 전해주시지 않을까요?』
에필로그
지팡이와 가방
매주말이면 임신부를 수도원이 아닌 전국 각 본당에서 만날 수 있다.
수십년째 어깨를 떠나지 않는 묵직한 서류가방을 메고 한걸음 한걸음 지팡이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긴다.
베네딕도 미디어는 소위 대중성이 없는 작품만 골라 소개하다보니 수익은 거의 없고 지출만 늘었다. 수년을 근근히 벼텨왔지만 직원들 월급이라도 제대로 줘야한다는 생각에 방문 보급에 나선 것이다.
※비디오 및 DVD 구입문의=(054)971-0630, www.benedictmedia.co.kr
사진설명
▶스튜디오에서 영화 편집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후원인들에게 지원요청 및 감사편지를 쓰고 있다.
▶「시네마 천국을 향한 순례, 임인덕 신부의 영화사목을 기리며」축하식에서 주교회의 매스컴위원장 최덕기 주교가 임신부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있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