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 위해 헌신한 예언자”
독재와 부패정권에 대항한 정신적 지주
산아제한·이라크전 반대 교회입장 밝혀
필리핀의 도덕적 양심을 상징하는 하이메 신(Jaime Sin) 추기경이 6월 21일 향년 76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신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즉시 위로 전문을 보내 『깊은 슬픔』으로 고인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 주님께 기도를 드린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교황은 신 추기경이 거의 30여년 동안 교구장직을 맡아왔었던 마닐라대교구의 신자들에게 보낸 위로의 전문에서 『복음 선포와 필리핀 국민들의 존엄성, 공동선과 국가적 통합을 위해 헌신한 신 추기경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자비로우신 성부께 그의 노고와 고귀한 영혼을 당신의 영원한 왕국의 기쁨과 평화로 이끌어주기를 기도한다』며 추기경의 영복을 기원하는 미사에 참석한 마닐라의 모든 신자들에게 사도적 축복을 내려주었다.
마닐라대교구는 추기경을 『애국자이며 예언자』로 불렀다.
‘피플 파워’의 구심점
하이메 신 추기경은 1928년 8월 31일 칼리보 교구의 뉴워싱턴에서 16 형제중의 한명으로 태어났다. 깊은 가톨릭 신앙을 지닌 모친의 영향으로 성숙한 신앙 속에서 자라나고 교육받은 신 추기경은 1941년 야로의 성 빈센트 신학교에 입학한 뒤 불과 몇 개월 만에, 태평양 전쟁, 일본의 필리핀 점령으로 산악 지역으로 숨어들어가 3년 동안을 지내야 했다.
1954년 4월 3일 사제로 서품된 그는 수년 동안의 사목생활을 거친 뒤, 1957년 신학교 학장으로 임명되어 10년 동안 후진 양성에 힘썼다. 1967년 3월 18일 불과 38세로 주교로 임명된 그는 1972년, 44세때 야로(Jaro) 대교구장직에 임명됐고, 1974년 1월 21일에는 마닐라대교구장에 임명됐다. 이어 2년 뒤 교황 바오로 6세는 그를 추기경에 서임한다.
신 추기경은 필리핀 민주화의 수호자로서, 이른바 「피플 파워」(People Power)의 구심점이었다. 그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부패한 에스트라다 정권에 대항해 싸운 필리핀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결국 2명의 대통령을 축출함으로써 필리핀 민주화를 쟁취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는 1986년,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을 몰아낸 평화 시위를 이끌었다. 그는 당시 마르코스에 대항해 민주화 운동을 위해 싸운 국방장관 후안 폰세 엔릴레와 군 참모차장 피델 라모스를 보호하기 위해서 시민들에게 마닐라시의 경찰과 군 본부를 포위하라고 호소했다. 이것이 바로 필리핀 「피플 파워」의 시발점이었다.
그리고 2001년 에스트라다 정권의 부패를 종식시키는데 있어서도 신 추기경은 마찬가지의 역할을 했다. 그는 사람들을 이끄는데 탁월했으며, 그럼으로써 「하느님의 사령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과 그 정권의 부패상을 직접 알렸고 시민들은 또 다시 그의 호소에 응답해 시위에 참여했고 정권을 바꿨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빈민층이라서 그는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빈민층과의 부분적인 갈등도 겪어야 했지만 부패에 대한 그의 단호한 입장은 양보할 수 없었다. 2003년 은퇴 후 신 추기경은 현 아로요 정권을 지지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신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그를 『독재와 부패에 대항해 싸우는 필리핀의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국민들을 하나로 모은 축복의 인물』이라며, 7일간의 추모 기간을 선포했다.
신 추기경은 정치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산아제한과 빈곤, 이라크 전쟁 반대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교회의 입장에 바탕을 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그는 개신교 신자였던 피델 라모스 대통령과 인공적 산아제한 문제로 대립하기도 했지만 결코 산아제한을 해서는 안된다는 교회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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