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여, 당신께서는 나를 환히 아십니다. 내가 앉아 있어도 아시고 서 있어도 아십니다. 멀리 있어도 당신은 내 생각을 꿰뚫어 보시고, 걸어 갈 때나 누웠을 때나 환히 아시고, 내 모든 행실을 당신은 매양 아십니다. 입을 벌리기도 전에 무슨 소리 할지, 야훼께서는 다 아십니다』
이렇게 우리의 모든 것을 다 아시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주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 마음을 닮아야 하는데, 복지관에서 일하다 보면 때때로 누군가, 특히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분들에 대해 속속들이 안다는 것, 그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고 「나」라는 존재가 너무도 힘없게 느껴질 때가 많다.
원하는 것은 많은데 채워줄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하고 방법이 쉽게 찾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알게 되면 모두의 사정이 딱하고 급하기에 어떻게든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은 앞서지만 현실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다.
때때로 『이제 겨우 우리 아이가 말 한마디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제야 눈 맞춤이 되는데,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아이가 비틀거리며 첫 걸음을 떼려 하는데, 학교 졸업하고 갈 곳이 없어 집에서만 지내다 갈 곳이 생겨 좋아했는데…. 종결하라고 하면 어쩌란 말이예요』 하는 항의를 종종 부모님들로부터 받는 일이 있다.
이럴 때면 아무런 대책도 얘기해 줄 수 없이 『다른 아이들도 똑같이 하루 빨리 치료나 교육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어서 저희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께서도 2~3년을 기다려 보셔서 그 마음 이해하시잖아요』 라는 말만을 되풀이해야 하는 심정은 장애인 복지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어린 아동의 경우나 청소년, 성인, 장년기, 노년기 또 어떤 장애 유형인가에 관계없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들이다.
때론 속상한 마음에 말씀하시며 『도대체 복지관에서 우리한테 해주는 일이 뭐냐』는 말을 들어야 하는 때도 있다. 이럴 때가 가장 마음 아픈 때이며 힘이 빠지는 순간이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의 공통된 생각은 『내가 우리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살아야 하는데.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우리 아이는 어쩌나』하는 것이다.
몇 차례 장애를 가진 자식을 두고 먼저 떠나야 하는 부모들의 심장이 녹아내리는 고통을 지켜보면서 함께 울고 가슴 아파해야 했다.
때때로 이런 아픔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작지만 최선을 다하는 우리의 노력으로 우리와 함께 하는 장애를 가진 분들이 잠시라도 행복해 할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좀 더 살아가기에 편안하고, 다른 2차적 장애물 없이 치료, 교육, 사회활동, 직업생활, 여가활동 등의 기회가 충분한 세상 속에서 우리도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일에만 전념하며 일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이재례 수녀(보혈선교수녀회)〈청주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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