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13,1~23
“주님의 초대에 적극 응답하라”
오늘의 복음말씀 요지는, 어떤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가서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들은 길가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쪼아 먹어 버렸고, 다른 것들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져서 싹이 돋아나기는 했지만 흙이 깊지 않아서 해가 솟아 오르자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렸고 또 다른 것들은 가시덤불에 떨어져서 가시덤불이 우거지자 그 숲이 막혀 버렸지만, 그러나 또 다른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서, 어떤 것은 백배, 어떤 것은 육십배, 어떤 것은 삼십배의 열매를 맺었으니 귀가 있는 사람은 새겨들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이시다.
이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당시 이스라엘의 농경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는 씨를 뿌리기 전에 먼저 밭을 갈고 나서 풀과 돌들을 골라내고 씨를 뿌리고 흙으로 씨를 덮지만은 그 당시 그곳에서는 씨를 먼저 뿌리고 밭을 갈고 풀과 돌을 골라내었으므로 우리와는 완전히 반대였다고 할 수 있다.
길가에 떨어졌다고 하는 것은 본래는 길이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길이 있어도 빨리 가기 위해 질러가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같은 곳으로 질러가다 보면 자연히 밭이 길같이 굳어져 밭을 갈아도 쟁기가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길같이 남아있는 곳이다.
돌밭에 떨어졌다는 것은 밭을 간 다음에 작은 돌을 골라낼 수 있지만 깊이 박힌 큰 돌은 골라낼 수 없기 때문에 그 위에 떨어진 씨는 뿌리를 내릴 수 없어 햇볕에 마를 수 밖에 없다. 가시덤불은 일반적으로 뿌리가 깊고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에 밭을 간 다음에 추려낸다 하더라도 일부 남아 있는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떨어진 씨앗에서 새싹이 나서 곡식의 성장을 방해한다. 그러나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잘 자라서 많은 결실을 보게 된다.
예수께서는 『사람이 비록 온 세상을 다 얻는다 해도 자기의 생명을 잃으면 그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하시면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 그토록 노력하셨건만 주님의 초대 보다는 엉뚱한 곳에 더 관심과 집착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안타까워하시면서 그들을 위해서 차려놓은 잔치상은 엉뚱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우리 교회에도 세례받은 사람들은 많지만 수계 신자들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신앙생활을 하기 힘들다는 이유 중에는 바쁘다는 이유가 가장 많다. 바쁘다는 내용 중에는 정말 생계유지를 위한 일과 직장 때문에 바쁜 사람들도 많지만, 너무 잘 먹고 편안한 생활을 한 까닭에 불어난 체중을 주체할 수 없어 돈주고 살 빼러다니느라고 도무지 시간을 낼 수가 없는 사람들도 있다. 주5일 근무제가 늘어나면서 바쁜 사람들은 더 늘어나서 성당은 점점 더 썰렁해지고 있다.
주일학교 사정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부모들 조차도 주일학교 보다는 학원에 비중을 더 두고 있기 때문에 자녀들이 주일학교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어려서부터 자녀들의 신앙에 정성을 기울여도 장성한 다음에 신앙이 식는 경우가 많은데 어려서 부터 그 모양으로 방치해 버린다면 자녀들이 성장한 다음에 과연 신앙의 좋은 결실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구미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가톨릭국가에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톨릭 신앙인이라고 하지만 옛날의 아름답고 웅장한 성당들은 기도하는 사람들보다는 관광객들이 더 많은 것을 볼때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그 많은 신자들 중에는 일생에 세번만 성당에 나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첫번째는 태어난 후에 부모의 품에 안겨 세례 받으러 가고, 두번째는 애인과 함께 결혼하러 가고, 마지막에는 죽은 다음에 관에 담겨져 다른 사람들 손에 운구되어 장례미사를 치르러 간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어이가 없어 너털웃음을 웃은 적이 있다.
그래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일생을 헌신한다고 하는 사람들에게서 조차도 우선순위가 저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자주 드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이들은 하느님의 사업과 영광을 빙자해 자기의 사업과 영광을 찾는데 더 심혈을 기울이는 이들도 있다. 예수께서 라자로의 집을 방문하셨을 때에 음식 시중을 드는데 정신이 없던 마르타는 예수님의 발치에 한가롭게 앉아서 예수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던 동생 마리아를 이해하지 못하고 예수님께 자기 동생을 시켜 자기의 일을 거들게 해달라는 청을 드렸을 때 예수님은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에 분주하다만은 실상 필요한 것은 한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가장 좋은 몫을 택했으니 그것을 빼앗아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허성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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