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교구 사회복지회는 경북 영주에 있는 「다미안피부과의원」, 「다미안의 집」 내에 법인 사무국을 두고 있다.
다미안피부과의원은 한센병 치료와 정착지원을 위해 6.25 전쟁 종군 간호장교였던 벨기에 출신 데레사 캄비에 여사가 1971년에 설립하였다. 경북 북부지역은 의료 환경이 매우 열악했기 때문에 다미안피부과의원은 자연스럽게 한센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환우들의 마음의 고향처럼 여겨졌다.
농촌지역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기 전인 1980년대 후반에 교회는 한센 가족들의 노후문제를 고민하게 되었고, 환우들이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양로원 「다미안의 집」을 개원하였다.
그런데 다미안의 집 개원 10여 년이 지나면서 한 분 두 분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게 되자, 이제 그 분들의 장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센병은 그들을 사람들 속에서 밀어내었고 평생을 사회적 편견과 냉대로 상처 받게 했는데, 죽어서도 묻힐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관례적으로 볼 때 한센병 환우들의 주검은 화장(火葬)해서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 산골(散骨)하여 죽음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옛날에 소록도 한센병 환우들 사이에서는 스스로 자신들을 「세 번 죽는 사람」이라고 했다. 천형(天刑)이라는 한센병으로 한 번 죽고, 일제의 시체해부로 두 번 죽고, 장례 후 강제 화장으로 세 번 죽는다는 말이다. 「죽어서도 한 몸 누일 곳이 없는 허망한 생명」
지난해 「한센병 바로 알리기 모임」과 생활성가 가수들이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하면서, 한 생을 사회적 편견과 냉대 속에 신음하다 세상을 떠나는 한센 가족들의 한줌 유골을 안치할 납골묘를 건립하기로 했다.
다미안의 집 납골묘 건립을 위한 자선 음반 「아름다운 무지개」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생활성가 가수들이 함께 한 자선음악회는 종교를 초월한 사랑의 자리로 함께 한 사람들의 가슴 속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그리게 했고, 부족하지만 모금된 성금으로 납골묘 설계를 하고 있다.
허물어진 어르신들의 눈이 한 뼘 자신만의 공간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여전히 우리는 할 일이 많다. 하루 빨리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 한센 가족들의 작은 소망인 납골묘가 아름답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어두운 밤하늘에 뜬 무지개는 볼 수 없어도 우리들 마음속 무지갤 봐요. 혼자만의 삶 속에 기쁨 없지만 함께 가는 이 길에 기쁨 넘치네』
-최숭근 신부〈안동교구 사회복지회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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