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공교육 대신‘자유와 성장’ 이끌어야
지난 6월 27일 서울대가 2008학년도 정시 모집 원칙을 발표했다. 수능성적은 지원자격 여부의 기준만 삼고, 내신성적은 5%선에서 유지하겠다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서울대 입학여부를 수능과 내신 대신 「논술」로 그 당락을 결정짓겠다는 것이다.
대중매체들은 다른 대학들도 논술과 면접의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다시 사교육(私敎育) 시장의 과열을 염려하고 있다. 소위 대학별로 「○○대 논술반,」 「○○대 면접반」 등이 생김으로써 대학별 입학전형에 따른 「맞춤식」 과외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참으로 신기한 것은 몇 달 전 교육부가 수능점수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내신성적 비율을 강화하겠다는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했을 때도, 매스컴들은 역시 사교육 시장의 과열을 염려했었다는 점이다. 당시 실제로 학원들은 발빠르게 움직였고, 주변 학교의 몇 년간 기출문제들을 입수해 소위 「족보」를 만들어 학생들의 내신 향상의 일등공신이 되겠다고 자임했었다. 말하자면 내신을 강화하든 논술과 면접을 강화하든 사교육의 불패신화(不敗神話)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는 같이 가는 법이다. 사교육 신화의 그늘에는 공교육의 붕괴가 자리하고 있다. 학교의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학교붕괴」 「교실붕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교사는 과거와 같은 무조건적인 신뢰와 존경을 잃어버렸고, 중고생 중 고작 20% 정도만이 수업에 전념하고 나머지의 경우 공부는 학원에 가서 하면 된다는 심산으로 딴 짓을 하거나 졸기 일쑤다(「대한민국 강남특별시」 115쪽).
이는 시소놀이의 원리와 같아서, 사교육과 공교육은 시소의 양 끝에 올라 탄 아이들처럼 한쪽이 기울면 다른 한쪽이 올라가고 반대 쪽이 기울면 다른 쪽이 올라가는 공존할 수 없는 끝없는 평행을 이루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 두 교육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싱크로나이즈가 될 수는 없을까? 나아가 이 아름다운 조화에 가톨릭교회가 할 수 있는 공헌은 없을까?
대안교육을 생각해 보았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장점을 살리면서 지성과 감성, 개성과 공동체성의 조화를 꿈꾸며 대안(代案)교육을 택하는 학생과 부모들이 늘고 있다. 불과 10년 만에 비인가 초등학교까지 100여 개의 대안학교가 문을 열었다. 대부분 뜻있는 인사들과 학부모 그리고 종교단체가 후원하여 설립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가톨릭 유일의 대안교육 기관은 충청북도 청원군에 있는 양업고등학교이다. 1998년에 개교하여 올해 22명의 5회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영상물을 직접 만드는 「미디어 교육」 수업은 물론 인근 복지시설 등에서 이뤄지는 「봉사활동」 그리고 밭을 일구거나 작물을 파종하는 「노작활동」 수업은 사회인으로 필요한 지식의 습득과 더불어 노동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주요한 교육과정 중 하나이다.
우리에게는 양업고 외에 더 많은 가톨릭적 대안교육이 필요하다. 가톨릭적 대안교육이란 아이들 영혼의 자유와 성장을 돕는 교육이다. 영혼의 자유와 성장의 기초는 가톨릭 정신이며, 모델은 그리스도이시다. 지난 세월 가톨릭교회가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에게 아름다운 삶의 꿈을 심어주었던가! 이제 가톨릭교회가 교회 안의 주일학교 교육을 넘어서 무너져가는 공교육에 대해 대안적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가톨릭 정신에 충실하면서도 뛰어난 인재를 양성할 가톨릭 대안학교들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최준규 신부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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