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밥’ 아닌 ‘사랑’ 퍼줍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오전 11시 광주 남구 광주공원에 위치한 「사랑의 식당」. 이곳엔 일반 손님이 아닌 60∼80대 노인들로 음식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손수레를 끌며 고물을 수집하다가 점심때만 되면 매일 이곳을 찾는 할아버지, 주름진 손으로 장애인 손녀딸을 꼭 붙잡고 온 할머니 등….
하루 500여명 찾아
이들 노인들에게 매일 구수한 국거리와 따뜻한 밥을 무료로 내놓고 있는 사람은 식당 주인 허상회(베네딕토.71.광주 호남동본당)씨. 1991년 10월 문을 연 이래 14년째 주일을 제외하고 이곳을 찾는 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허씨는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김치, 고깃국 등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하루 찾아오는 손님만 평균 500여명. 이로 인해 25평 남짓한 식당은 아침 일찍부터 찾아온 노인들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경제난으로 인해 노숙자와 실직자들이 늘어난 데다, 손님들에게 식사뿐 아니라 간혹 옷과 운동화, 이불 등 생필품도 지원하고 있어 어려운 이웃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전 11시에 점심이면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허씨는 『아침도 굶고,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해 이곳에서 먹는 식사로 하루를 때우는 사람이 많다』며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이 배가 고파 아침 일찍부터 공원근처를 배회하는 경우가 많아 식당 문도 일찍 열게됐다』고 설명한다.
허씨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손님」이라 부른다. 이들 또한 식당을 찾는 고객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허씨는 식당에 들어올 때나 나갈 때나 『어서 오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라며 고개 숙여 인사하는 친철함을 잊지 않는다. 또 최근에는 손님들에게 일부러 식사비 조로 100원씩을 받고 있다.
『그냥 얻어먹고 간다는 생각이 들면 맛있게 밥을 먹지 못합니다. 돈을 내고 먹었다는 것 때문이라도 당당하게 식당을 찾게 되죠』
6개월째 단골손님(?)이라는 오수종(88) 할아버지는 『항상 웃는 얼굴로 노인네들을 맞는 식당 식구들을 보면 고맙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일 한끼 밥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허상회씨. 그에게는 사랑의 식당 주인 말고도 광주직업소년원 원장이라는 또 다른 직함을 가지고 있다.
불우청소년 돕기도
어린 나이에 부모을 잃고 구두닦이, 신문팔이 등을 하며 맨 몸으로 삶의 현장에 뛰어든 허씨는 군 제대 후 1958년 광주공원 부근 부랑아들의 천막에 뛰어들어 지금의 사랑의 식당 자리에 직업소년원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허씨는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관공서나 공공기관의 협조를 얻어 구두 닦는 자리와 신문 가판대를 마련해 주고, 돈을 모아 야간학교에 가도록 했으며, 공동으로 우유를 팔아 푼푼이 모은 돈으로는 장학회도 설립했다. 비록 지금은 원생들이 4명뿐이지만 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원생들만 1000여명이 넘는다.
현재는 당시 직업소년원을 거쳐간 원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사랑의 식당을 위해 후원을 해주는가 하면, 허씨의 이같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모 업체에서는 매달 두 번씩 오리고기를 제공해주기도 하며, 여러 본당에서 자원봉사활동을 나오는 등 허씨의 행동이 자연스레 사랑의 릴레이가 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음식」이 아니라 「사랑」을 느끼고 돌아갔으면 합니다. 경기가 좋아져서 사랑의 식당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이웃들이 줄어들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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