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성공”에 모두가 환호
생명 윤리 타락·권력의 눈먼 행보 심각.
복제 과학자들 ‘죽음의 잔치’ 해명해야
우리나라의 생명윤리는 더 물러설 곳이 없을 만큼 나락으로 떨어졌다. 황우석 박사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 성공 자체를 넘어서, 그러한 행위가 환호와 찬사를 받는 우리 사회의 반생명적 분위기가 더욱 그러하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묻고자 한다. 황우석 박사로 상징되는 배아 살해의 현장을 보면서, 과연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지켜봐야만 하는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가장 보편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는 「생명의 존엄성」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교묘하고 광범위한 생명에의 도전과 위협이 상존한다. 그 하나가 바로 장밋빛으로 채색된 국가 경쟁력 강화의 기대와 엄청난 물질적 이익을 꿈구며 진행되고 있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이다.
가톨릭 교회는 배아가 하나의 온전한 인간 생명이라고 가르치며, 이 가르침은 종교적 신념에 국한되지 않는, 자연법에 따른 보편적 진리임을 잘 알고 있다. 「배아는 생명」이라는 엄연한 사실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다수결 원칙의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국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일부 권력자들과, 인간에 봉사하라고 신이 부여한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여론을 오도하는 일부 전문가들, 그리고 객관성을 확보하고 공명정대한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공기(公器)의 본분을 망각한 적지 않은 언론들에 의해 주도되는, 왜곡된 시각들에 의해 배아의 생명권이 박탈될 수는 없다.
교회는 인간의 천부적 생명권을 침해하는 이 문제에 대해서 타협할 의사가 없으며, 그 본성상 타협할 수도 없다.
금지된 신의 영역에로의 침입이 주는 매력은, 금단의 열매를 따라고 이브를 꼬드긴 뱀의 감언과 상통한다. 눈이 열려서 신과 같이 되리라는 달콤한 유혹은 미지의 것을 향한 과학자들의 엇나간, 맹목적인 호기심과 유사한 종류이다.
여기에 현대의 우상인 부와 명예에 대한 욕구가 결합됨으로써 이제 일부 과학자들은 질병 치료라는 명분으로 자신들이 실험실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세포 덩어리」들이 실제로는 「인간의 초기생명」일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책과 불안감마저도 대담하게 떨쳐버릴 만큼 타락했다.
「윤리가 실종된 과학」,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있는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는 국가 권력의 눈먼 행보는 우리 사회를 인간 복제의 천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게다가 복제된 인간 생명은 실험실 안에서 날카로운 메스에 해부되고 찢겨서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실험실 밖에서는 배아들의 죽음을 담보로 「노벨상」과 「바이오 코리아」의 잔치를 벌이려 한다.
생명을 죽여서 벌이는 이러한 잔치는 많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오해는 의도된 것이기에 더 이상 지속된다면 그것은 오해가 아니라 악의적인 조작이며, 이제는 오해를 야기한 이들의 해명을 필요로 한다.
그 오해의 첫머리에는 『인간 배아는 생명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차지한다. 백번 양보해, 배아가 인간이냐 아니냐의 논란이 끝나지 않았다면, 명확하게 생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 그것을 해쳐서는 안된다. 종교가 질병 치료를 외면한다는 비난은 두 번째 오해이다. 배아줄기세포가 질병 치료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이미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된 또 다른 치료법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연구에 집착하는 것은 그 저의를 의심케한다.
그밖에도 남아 있는 많은 오해들은 이제 해명돼야 한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인간 배아 복제 실험을 하고 있는 일부 생명과학자들에게 이러한 오해들에 대해서 묻고자 한다. 특히 이러한 물음은 「국보급 과학자」로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인간 배아 복제 연구를 선도하는 상징으로서 황우석 박사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물음에 앞서 우리는 한국 천주교회가 지금까지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얼마나 헌신적으로 임해왔는지를 깊이 반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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