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예술인생 일기장 펼치듯 한눈에
9월7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서 407점 전시
종교적 심성을 내포한 단순화된 형태의 작품
파스텔화 판화 드로잉 매직화 수채화도 전시
조각가 최종태(요셉.74) 서울대 명예교수의 예술 인생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대형 기획전 「최종태 : 영원과 본질의 탐구」전이 7월 20일~9월 7일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대전시립미술관이 한국 현대 미술의 거장들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최교수의 1960년대 작품부터 총 407점을 선보인다. 우리나라에서 한 작가의 작품 수백점을 총체적으로 풀어놓는 대형 전람회가 열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더욱 관심을 모은다.
『나는 누구이며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전시회를 며칠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최종태 교수는 그의 작품과 전시의 의미 등을 이 한마디에 함축했다. 수십년간 그 스스로에게 반문해온 말이었다. 최교수에게 창작활동은 『나는 누구이며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에 대한 표현 과정이다. 『완전한 것은 없으며 끝없이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작업의 과정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설명이다.
「동서양과 고금을 넘나드는 조형 세계 구축」으로 한국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최종태 교수는 고희를 훌쩍 넘긴 현재까지도 왕성한 창작 열정을 꽃피우고 있는 작가다. 특히 「종교적 심성이 내포된 단순화된 형태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있다.
특히 최교수는 현대 교회미술의 부흥을 위해서도 쉼없이 매진해왔다. 수많은 성미술품을 창작해왔으며, 지난 수년간 한국가톨릭미술가회 회장을 맡아 「예술의 복음화」를 기치로 한 교회미술운동에 새 불을 지피기 위해 힘쓴 작가다.
「최종태 : 영원과 본질의 탐구」전에서는 최교수의 이러한 작품세계가 총체적으로 펼쳐진다. 『나의 작품은 그 날 그 날의 삶의 흔적』이라고 말하는 최교수의 말처럼 일기처럼 쌓여진 작품들은 연대별, 분야별로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미발표 작품들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반갑다. 또 수십년간 창고 한켠에 묻혀 최교수의 기억에서조차 잊혀져가고 있었던 작품들도 꺼내졌다.
작품 구성도 독특하다. 최교수는 조각가로서는 드물게 파스텔화를 지속적으로 선보여온 작가다. 부드러운 파스텔은 조각으로서는 접근할 수 없는 다양한 그림의 영역을 갖고 있다. 전시회에서는 지난 10여년간 그려온 「바다」 파스텔화 시리즈를 한데 펼쳐보인다. 끝없이 펼쳐진 깊은 바다, 쉬지않고 일렁이는 파도가 있는 바다는 「영원」과 「창조주」를 향한 최교수 내면의 세계를 반영한다.
또한 눈길을 끄는 작품들은 「얼굴」과 「소녀상」이다. 지난 30여년간 창작해온 「얼굴」 시리즈는 최교수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들이다. 이 얼굴들에는 순결과 절제, 단아함이 집약돼 있다.
다양한 성모상과 십자가의 길을 포함해 조각, 파스텔화, 판화, 드로잉, 수채화, 매직화 등 407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자연과 인생에 대한, 근본이 무엇인가에 대한 절대적인 확실성의 세계를 찾아가는 것이 나의 조각이고 나의 그림이다』라고 강조한 최교수는 인터뷰를 접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고 김종영 선생(프란치스코)이 선종 전에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 있었는데 그 순간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었다고. 그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예술 작업은 신과의 대화가 아닌가?』
김종영 선생의 이 말에 최교수는 이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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