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아지 ‘가람’이는 도-농 믿음 잇는 희망
경북 봉화군 소천면 두음리. 이곳 이상식(대건 안드레아.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장수분회장)씨 농가에 최근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태어난 지 8개월 된 암송아지 「가람」이다. 이씨가 키우는 아홉 마리 중 유일하게 이름을 가진 송아지다. 강(江)의 옛 말인 「가람」이라는 이름은 입식자금을 지원한 서울 한강본당 신자들이 지어줬다.
유기순환적 퇴비생산
서울 한강본당과 장수분회는 지난 5월 23일 「유기순환적 퇴비생산을 위한 암송아지 입식자금 지원운동」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이씨는 한강본당에서 지원받은 입식자금으로 6월 5일 암송아지 가람이를 구입해 사육하고 있다.
가람이는 한강본당 신자들과 이씨에게 없어서는 안 될 보배다. 가람이의 배설물로 만들어질 퇴비는 감자, 보리, 조, 고추 농사에 어떤 비료보다도 값지게 쓰인다. 가람이는 송아지 두 마리도 낳을 것이다. 한 마리는 한강본당, 또 한 마리는 이씨의 것이다. 한강본당 신자들은 3년 후 명절에 맞춰 유기농산물의 부산물을 먹고 자란 양질의 쇠고기를 식탁에 올릴 수 있다. 물론 가람이를 도축해서다.
양질의 쇠고기 공급
38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이씨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소의 배설물을 퇴비로 사용하며 생명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소 사육도 마찬가지. 항생제 투성이인 유전자곡물사료는 절대 먹이지 않고 볏짚과 생풀을 베어 소를 키운다. 가람이도 물론 그렇게 키워질 것이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사료를 먹이는 것보다 두 배의 비용이 더 든다. 생풀을 먹이려고 직접 산에 올라 풀을 베어오는 수고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이씨에게 가람이는 각별하다. 도시 신자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먹어주는 사람이 알고 있다는 것이 희망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 힘을 내는 것이고요』
먹을거리를 어떻게 생산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농민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며 고민하는지 도시 신자들이 아는 것만으로도 농민들은 희망을 갖는다.
모두 9마리 지원
현재 가람이처럼 도시본당 신자들의 입식자금 지원으로 농민들의 손에 키워지고 있는 송아지는 모두 아홉 마리. 앞으로 더 많은 가람이들이 우리 농촌 곳곳에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은 비단 한강본당 신자들과 이상식씨에 그치지 않는다. 더 많은 송아지가 무럭무럭 자라 도.농이 함께 농촌과 농민을 생각하고 힘을 모으는 매개체로 자리하길 바라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7월 17일은 한국교회가 농촌과 농민의 문제를 우리 교회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농민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손을 맞잡는 농민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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