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버려라”
오늘의 복음말씀 내용 역시 「하늘 나라」에 대한 여러가지의 예들이다.
하늘 나라는 밭에 묻혀 있는 보물에 비길 수 있고, 또 어떤 장사꾼이 좋은 진주를 찾아 다니는 것에 비길 수 있고, 또 바다에 그물을 쳐 온갖 것을 끌어 올리는 것에 비길 수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 첫번째로 밭에 묻힌 보물이란 무슨 뜻일까?
우리는 역사가 오래된 옛 도시인 경주에서 누가 굴착기로 토목공사를 하다가 엄청나게 많은 문화재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접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경우에 문화재 관리규정이 있어서 발견한 사람은 국가에 신고를 해야 하고 신고한 문화재는 국가에서 관리를 하지만 그런 규정이 없다면 그것을 발견한 사람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투자해서라도 그 보물들을 발굴하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해서 묻힌 모든 보물들을 발굴한다면 그는 큰 부자가 될 것이다.
옛날 고대문명이 찬란했던 중동지방에서는 민족들 간에 전쟁도 잦았고 때로는 홍수나 가뭄같은 천재도 심해서 생활터전을 버리고 급히 피난을 가거나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에 미처 운반할 수 없는 보물이나 살림도구 등은 땅을 파고 감추어 두고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찾겠다고 하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몇년 후에 돌아와 보니, 사막이 대부분인 그 지역이 그동안 모래바람으로 지형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어디에 자기의 보물을 묻었는지 몰라 끝내 못찾은채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고고학자들은 지금도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동원해 옛 보물들을 발굴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두번째로 장사꾼이 좋은 진주들을 찾아 나섰다가 찾던 진주를 만났을 때 기뻐하며 모든 재산을 다 팔아 그 진주를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우리는 서부영화에서 금을 캐서 부자가 되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목선으로 대양을 건너 아메리카 신대륙에 와서 인디언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으면서까지 험한 산속에서 금맥을 찾다가, 마침내 큰 금맥을 발견했을 때엔 환호성을 지르며 자기들이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것이 재산이건, 몸이건, 모험이건, 폭력이건, 권력들을 총 동원하여 그 광산을 개발하여 금을 캐는 모습을 종종 본다.
낚시꾼들은 월척의 고기를 낚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낚시터로 떠나지만 작은 고기만 잡힐 경우엔, 그 작은 고기도 소중히 낚시 바구니에 보관하다가 마침내 월척의 큰 고기를 낚게 되면 소중히 간직하던 작은 고기들은 그것이 얼마가 되든지 모두 다른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어 버리고 큰 고기만을 챙긴다.
사도들은 예수께서 부르시자 즉시 자기들이 지금까지 소중히 여겨왔던 가정, 재산, 직업 등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사도 바울로는 신도들을 박해하러 다마스코로 가다가 예수님을 체험하고는, 그가 그때까지 소중히 여기던 자기의 모든 것들을 쓰레기 같이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는 『그리스도가 내 생애의 전부』라고 까지 고백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께서는 그리스도께 너무나 반한 나머지, 비 그리스도적인 모든 것을 버리고 그리스도만을 자기의 몫으로 챙겼다.
아무도 두 주인을 똑같이 섬길 수 없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만을 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번째로 하늘 나라가 그물을 쳐서 온갖 것을 끌어 올려 좋은 고기는 그릇에 가리어 담고, 못먹을 고기는 밖에 집어 던진다는 말씀은 무슨 뜻일까?
밀밭에 밀과 가라지가 함께 섞여서 공존하듯 이 세상도, 이 교회도, 이 사회도, 심지어는 내 자신 안에도 선과 악이 공존하면서 서로를 견제하면서 때로는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매일 보고 있고 체험하고 있다.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의 피조물 중에 서로 가장 걸작품이고 하느님의 숨결을 받아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피조물인 우리의 원조 아담과 하와가 무절제한 욕심과 교만심을 자극한 악마의 작전에 넘어감으로써, 가치관의 혼돈과 온갖 죄악이 난무하는 어두움의 세력이 인류를 지배하게 되었고, 이 죽음의 나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시려고 강생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의 죽음과 영광스러운 부활과 승천을 통해서 악의 세력을 제압하시고 죽음의 그늘에서 신음하던 인류를 구원하셨지만,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다 구원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하느님의 나라는 시작되었지만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어서 종말에 결정적인 승리를 얻을 때까지 우리는 그리스도의 군사가 되어 성령의 도우심과 성모님의 전구하심을 구하며 용감히 싸워야 하겠다.
-허성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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