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있는 가출소녀 쉼터 「희망의 샘」은 본당 신부로 있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후원자들을 연결해준 곳이다. 가끔씩 쉼터 친구들이랑 미사를 봉헌하고 자장면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친구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면 나 역시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을 본다.
어느 날 차를 한 잔 마시고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작은 수녀님이 다가와 정색(?)을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신부님! 저희 아이들은 지금 금연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신부님께서 담배를 피우시면 아이들이 어떻겠습니까? 아이들 앞에서 담배를 안 피우실 수는 없으신가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표현은 못 했지만 은근히 화가 났다. 「신부가 담배 한 대 피웠다고 감히 피우지 말라는 말을 하다니. 그런다고 내가 담배를 끊나 봐라! 몸에는 좋지 않겠지만 정신적 스트레스에는 최고인데 담배를 왜 끊으라는 것이야」.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도 수녀님 말씀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회복지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무엇을 희생했나?」
지난해 1월 1일 새벽 소백산행은 내게 참 자유와 절제의 미덕을 되새기게 했다. 차가운 새벽 산공기를 마시며 올해 꼭 하고 싶은 것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담배를 한번 끊어보기로 했다.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절제라고 생각하면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담배를 멀리한 지 벌써 일년 반이 지났는데, 그동안 인사를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모른다. 주머니에 담배 찌꺼기 나오지 않아서 좋고, 아침미사 때 목이 따가워 기침하던 것도 없어졌고, 사무실에 담배 냄새난다고 인상 쓰던(?) 직원들 원성 듣지 않아서 좋고, 아침에 일어날 때 기분이 상쾌해서 좋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가셨지만 마음속으로 흉보았던 수녀님께 미안하고 고맙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상처를 지니고 있고,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그들의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 주는 자의 입장이 아니라 받는 자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야 하고, 도움을 받는 사람이 상처받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협력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회복지 실천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톨릭 사회복지 실천은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따라 자기 희생을 바탕으로 한 애덕봉사가 되어야 한다.
-최숭근 신부 〈천주교 안동교구 사회복지회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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