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종교이해 통해 잘못된 종교문화 식별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안타까운 글을 하나 읽었다. 「대순진리회 10년 수도생활 후기」라는 글이었다. 80년대 중반부터 대순진리회에 가입해 10년 넘게 활동을 했던 사람이 그동안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고백하는 글이었다. 그는 자신이 적나라하게 경험한 대순진리회의 문제점을 여러 측면에서 설명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다음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 내용은 대순진리회와 관련해서만이 아니라, 이 시대의 종교 문화적 상황 속에서 우리들 모두에게 중요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생각한다.
『대순진리회에 빠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순수하고 순진한 사람들입니다. 자신을 희생해서 세상을 위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요. 사람들이 자신을 욕해도 「지금은 내가 욕을 먹고 있지만, 사람들이 나의 진심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순수한 사람들의 영혼과 인생을 짓밟고, 이들의 젊음과 재산을 갈취하고 있는 대순진리회는 없어져야할 사회악입니다. 지금도 대순진리회에는 정말 순수한 의도로 수도를 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입니다. 대순진리회는 그저 사이비일 뿐인데, 대순진리회가 진정한 도라고 생각을 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대순진리회에 입도하는 사람 중에는 교수, 의사, 정치인 등의 지식인층에 속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라는 것은 정말 무서운 것입니다. 아무리 배운 것이 많다고 해도, 그 마수에 잘못 걸려들면 빠져들고 마는 것입니다』
사실 종교학을 공부하는 필자에게는 종종 이런 종교적 문제로 인한 상담을 의뢰해오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친지가 사이비종교에 빠졌는데, 그를 어떻게 구제해야하는지 방도를 물어오는 것이다. 그 때마다 솔직히 필자는 곤혹스러워하곤 한다. 대략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특정 종교를 사이비종교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나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이다. 종교라는 것이 워낙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체험의 차원에 기반을 두는 것이어서, 어떤 종교를 내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이 확신하고 있는 그 종교의 성격을 외부에서 제3자가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일단 어느 종교에 대한 내면적인 확신을 형성시킨 사람은 그 어떤 논리나 객관적인 증거들에 의해서도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변경하지 않는다는 문제이다. 아무리 합리적인 설명을 해도, 너무나 명백한 문제점들이 드러났더라도, 그 사람의 주관적인 확신은 더욱 완고해질 뿐이다.
현대 사회의 종교 문화적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의 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종교의 중요성이 약화되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왜곡된 형태의 종교문화들이 확산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종교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종교의 실제 내용은 진정한 종교의 의미를 벗어난 경우를 많이 확인할 수 있다. 그들 「건강하지 못한」 종교문화들 자체를 확고하게 제재할 방도는 없다. 일단 그러한 종교문화에 빠져든 사람을 설득하는 일도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올바른 종교 이해를 통해 잘못된 종교문화에 대한 식별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종교의 본질적인 의미는 인간의 삶에 궁극적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 진정 인간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이해를 확산시키고, 실제로 그러한 건강한 종교의 삶을 확충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오지섭 <서강대 종교학과 대우교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