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신비 기적 일으켜 보자”
오늘의 복음말씀 요지는 주님을 만나려고 외딴 곳까지 몰려온 군중을 측은히 여기신 예수께서, 어느 소년이 가지고 와서 예수님께 드리려고 사도들에게 갖고 온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여명이나 먹이시고도 열두 광주리나 남았다고 하는 놀라운 기적의 이야기이다.
주일학교에 다니는 꼬마들은 이 기적의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듣지만, 많은 지식인들은 「설마 그런 일이 있었을까?」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 기적은 나눔의 신비가 만들어 낸 기적이라고 봤을 때에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소년이 가지고 있던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이 소년이 예수님을 따라 다니겠다고 히니까 그의 엄마가 배고플때에 먹으라고 싸준 도시락이었다. 한창 성장하는 소년은 식욕도 왕성하고 소화도 빨리 되어 점심 때가 지나서는 무척 배가 고팠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소년은,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자기가 먹지 않고 통째로 예수님께 드리고 싶어서 사도들에게 전달했던 것인데, 예수님은 그 도시락을 또 당신이 드시지 않고 아버지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굶주리면서 하루종일 당신을 따라 다닌 엄청난 군중을 측은히 여기시어 사오십명씩 무리지어 풀밭에 앉힌 다음 제자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게 하시니까, 거기에서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고 보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많은 군중들이 굶주린 것은 빵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갖고 있는 음식을 이웃과 나누기가 아까워서, 자기마저 못먹다 보니 도시락을 가져온 사람이나, 못가져온 사람이나 모두가 굶주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어떤 소년이 자기의 도시락을 송두리째 예수님께 봉헌했고, 예수님은 그 도시락을 당신이 드시지 않고, 그 많은 군중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셨다. 이 모습을 본 군중들은 감복한 나머지 모두가 마음의 변화를 일으켜 그렇게도 아까워 나누지 못했던 음식을 이웃과 나누어 먹게 되었고, 모두가 배불리 먹고도 남은 음식이, 그 당시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던 여행용 가방 구실을 하던 낚시 바구니 비슷한 광주리로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고 추측한다면, 그것은 빵과 물고기의 분량이 불어나서 오천명 이상이나 되는 군중을 배불리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았다는 기적 보다도 더 큰 기적일뿐 아니라 우리가 받아들이는 데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복녀 마더 데레사 수녀는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부족함이 없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도록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 주셨지만, 욕심많은 사람들의 욕구를 다 채울만한 세상은 만들어 주시지 않았다』라고 하셨다. 이 세상의 많은 분쟁과 불의와 폭력과 빈곤과 불행들은 나눔의 정신 보다도 욕심이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나는 동남아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나라는 비옥한 땅이 너무도 넓었고, 자원도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너무나도 가난하게 살기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누가 대답하기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 나라의 전체 국민중 5%의 사람이 그 나라의 75% 땅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5%의 부자는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이 세상에 자기의 재산으로 만족하는 재벌이 어디에 있는가? 욕심많은 사람에게 재산은 마치 바다에서 표류하는 사람의 갈증을 풀어주지 못하는 바닷물과 같다. 바닷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만 증폭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고, 고통은 나눌수록 작아진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는 모으는 것도 나누는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면, 그 모은 재산들은 생명력을 상실하여 어느 누구에게도 행복과 보람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나눈다는 것은 자기가 쓰고 남은 것 중의 일부를 나누어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예수께서는 『어떻게 하면 구원을 얻습니까?』라고 묻는 어느 부자 청년에게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고 나서 나를 따르라』고 하셨고, 그가 풀이 죽어서 떠난 다음에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 귀로 빠져 나가는 것이 더 쉽다』고 말씀하셨고, 아나니아와 삽피라 부부는 밭을 팔아서 그 일부는 숨기고, 나머지만 사도들 발 앞에 내놓자 사도 베드로는 『당신들은 어쩌자고 하느님을 속입니까?』라고 말하자 그들은 즉시 기절하지 않았던가?
예수님은 당신이 주실 수 있는 것은 아낌없이 전부 주셨고 마지막에는 당신 자신마저 우리에게 먹이로 주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여 주었으니 우리도 우리 자신을 나누어 줌으로써 나눔의 신비 기적을 일으켜 보자.
허성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상담〉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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