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시오!』
지난 4월,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며 남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이 말씀은 사람들의 가슴에 잔잔한, 그러나 잊을 수 없는 깊은 파문을 남겼다. 교황님은 자유와 정의와 평화의 수호자로,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약자들의 보호자로 사셨으며, 화해와 용서의 삶을 살아오셨다. 당신이 세상을 떠나셨을 때 가톨릭 신자는 물론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보여준 애도의 물결은 종교를 뛰어넘은 존경과 경의와 사랑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행복」은 인간이 추구하는 기본권으로 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 어느 누구의 행복이 덜 중요한 게 아니다. 따라서 공동선(公同善)의 바탕 위에서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화·세계화 경쟁시대 속에서는 스스로 힘을 키우고 기술력을 향상시켜야 현실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경쟁이라는 말은 이미 그 속에 1등과 꼴찌가 있으며, 1등이 있으면 꼴찌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항상 우리 주위에는 앞선 자들에 뒤처진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꼴찌 인생, 가난한 인생이 어디 자기의 잘못 때문만일까? 물론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가난하게 된 경우도 있겠지만 사회구조가 그들을 가난하게 만든 것도 있다. 농민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가난하게 되었는가? 장애인들이 장애인이 되고 싶어 되었는가? 자기 의지와 노력과는 무관하게 사회적 약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생겨난다.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창세기 1, 26).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에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이다. 너무도 소중한 하느님의 모상인 이웃이 고통과 불행에 시달리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인간의 가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덕을 얼마나 많이 지녔는가? 하느님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이웃 사랑을 얼마나 실천하는가에 따라서 인간 존재 가치가 달라진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오 25, 40).
사제로서 사회복지 활동을 하는 것이 행복하고, 작고 가난한 안동교구에 살고 있다는 것이 더 행복하다. 가난한 이들과 더불어, 절망 속에 빠져 있는 농민들과 함께 희망을 심으며,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이들의 벗이 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손을 건네면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이웃과 나누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나도 한평생을 성실하게 살고 난 후 세상을 떠나면서 교황님처럼 말하고 싶다.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시오!』
-최숭근 신부〈천주교 안동교구 사회복지회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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