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가족 보고 싶어 재활치료 열심히 해요”
부인마저 자궁암에 걸려
엄청난 수술비 감당못해
말이없다. 입안에 가득 담긴 슬픔을 쏟아내고 싶지만 할 수가 없다. 푹 꺼져버린 퀭한 눈에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눈물이었다.
가톨릭대학교 성가병원 5층 8인실에 누워있는 조선족 김성남(39)씨. 그는 5년 전 부모님 부양과 자녀교육을 위해 산업 연수생 신분으로 마음의 고향 한국을 찾았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월급을 받아 생활비를 뺀 일부를 모두 부모님께 보내드리며 살았다. 어느덧 연수기간이 끝난 성남씨. 이미 가족의 버팀목이 된 그는 돌아갈 수가 없었다. 가족을 위해 「불법체류자」란 명함을 얻고 돈벌이가 되는 일은 닥치는 대로 했다. 하루살이 마냥 살았지만 그저 행복했다. 그러던 그에게 불행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한 건 지난 5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 일을 마치고 쪽방으로 돌아가던 성남씨는 느닷없이 길바닥에 쓰러졌다. 한국인과 결혼한 여동생 김성녀(36)씨가 오빠 동료들의 전화를 받고 한걸음에 내달려왔다. 병원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잠시 기절한 것으로 생각하고 집에 데려다 놨다. 이틀 후 김씨는 입원했다. 뇌출혈이었다. 두개골을 절제해 혈종을 제거하고 두개골 성형 수술을 받는 등 3차례에 걸친 대수술이 이어졌다. 성녀씨는 가족들에게 오빠의 소식을 알렸다. 회신이 돌아왔다. 성남씨의 아내가 자궁암에 걸렸다는 비보였다. 그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게다가 오른쪽 편마비까지 얻었다. 성남씨는 현재 병실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뇌에 농양이 차 4번째 수술을 앞두고 있는 성남씨는 현재 고통스런 재활치료에 매달리며 걸음마라도 하려고 노력중이다. 자궁암에 걸린 아내가 그를 무척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성남씨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암담한 현실에 퀭한 눈만 껌벅거린다.
성남씨를 간병하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성가병원 사회사업가 장연희 수녀는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메어온다.
『보고싶다는 아내의 말에 고통을 참으며 재활치료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저려와요. 무척 힘들텐데 아내 사랑하는 마음에…』
장수녀는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꼬리를 흐린다. 4차 수술과 재활치료에 필요한 병원비는 3천여만 원. 그나마 성남씨의 월세 보증금 400만 원으로 일부를 충당해 조금 줄었다. 게다가 성남씨의 간병을 위해 24시간 필요한 간병인을 쓰는데도 하루 5만원이 필요하다. 장수녀는 『성녀씨가 간병을 하면 좋겠지만 6개월 된 성녀씨 아들이 심장병이에요. 그래서 아들 간병으로 다른 병원에서 24시간 꼼짝도 못하는 형편』이라며 한숨지었다. 뇌출혈, 자궁암, 심장병. 자신을 둘러싼 처절한 절망 앞에 서있는 성남씨. 그는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을 병실 밖 파란하늘에 눈물로 쏟아냈다.
※도움주실분=우리은행 702-04-107874 (주)가톨릭신문사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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