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바탕으로 평화로 나아가야”
일본 주교회의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이 되던 해에 「평화를 향한 결의」를 발표, 우리들의 회심의 증거로서 평화를 실현하고자 헌신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아직도 폭력의 사슬을 끊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야말로 「시대의 징표를 읽고 하느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언자로서 우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임을 깊이 깨닫고 있다.
평화의 전제는 먼저 「인간 존엄」에 있다. 이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로서, 그것이 전제될 때에만 개인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고, 사람들이 하나로 연결되고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세계인권선언, 일본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올 봄 동아시아,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는 심한 반일 시위가 벌어졌다. 이러한 긴장에는 역사 인식,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논란 등을 둘러싼 일본의 최근 정황을 이유로 들 수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대로, 일본인들은 과거의 무력 침략과 식민지 지배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반성하고 우리 안에 공통된 역사 인식을 가질 것을 요청받는다.
군국주의 정권 하에서 당시 교회 지도자들은 신사참배를 「의례」로 인정했다. 지금도 그러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헌법 개정 논의를 둘러싸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의례」로 용인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일본의 정교분리(헌법 제20조 3항)는, 천황 중심 국가 체제가 종교를 이용해 전쟁을 추진했다는데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다.
일본이 동아시아인의 신뢰를 회복하고 그들과 더불어 평화를 추구할 수 있으려면 이 문제에서 확고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현재, 국가간 경제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점점 넓어지고 있으며,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안에서도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또 많은 분쟁과 폭력은 자원을 둘러싸고 일어나며, 지구 환경 보전이 평화 구축을 향해 다뤄져야 할 중요한 과제로 인식된다.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공평하게 나누며, 지속가능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가난한 나라들의 부채 탕감도 분쟁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의 정부와 기업, 단체, 일반 시민의 연대 없이는 빈곤 퇴치와 자연 환경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
2001년 9월 11일 이후 테러와 무력공격들은 폭력의 악순환을 낳았다. 악을 악으로 갚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비폭력과 대화를 통한 평화의 건설이다. 이러한 비폭력 정신은 국제 분쟁의 해결책으로 전쟁과 무력의 사용을 포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 제9조에서 볼 수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평화에 대한 호소」를 되새기며, 비폭력 위에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한다.
2005년 일본 가톨릭 평화 주간에 일본 천주교 주교회의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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