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신앙의 화합 시도”
종교철학 관점서 ‘행동의 철학’ 정립
가톨릭 철학자들에게 널리 영향 미쳐
프랑스 출신으로 그리스도교 종교 철학의 관점에서 「행동의 철학」을 정립한 인물, 모리스 블롱델(Maurice Blondel, 1861~1949)은 이성과 신앙, 내재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의 화합을 시도한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고전적인 신플라톤주의 사상과 현대의 실용주의를 종합하여 당대 「신스콜라 철학」에 만족하지 못한 가톨릭 철학자들 사이에 널리 영향을 미쳤던 그는 믿음이 논리적 증명의 문제 일 뿐만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이론의 영향을 받았다.
「행동」이라는 말을 포괄적으로 사용, 삶의 모든 모습 속에서 드러나는 역동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블롱델은 즉 「행동」이란 말은 자유로운 행위의 잉태, 탄생, 확장을 돕는 모든 조건을 포함한다고 했다.
블롱델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신 존재 증명이 아니라 신과 함께 하는 영원한 삶을 받아들일 가능성에 대해 인간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라는 것.
최근 새롭게 조명
최근 들어 유럽 사상계 특히 프랑스 내에서는 블롱델의 사상이 시대적 변화를 거치면서 새롭게 조명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그에 대해 전문가들은 『복고적이며 도덕적이고 지극히 형이상학적이었다는 평가를 면치 못했던 그의 사상이 오늘날 새로운 해석과 또 다른 이미지 속에서 부각되는 이유는 물질문명의 여파와 윤리적 타락으로부터 찌들린 오늘날 우리 세대에 인간 존재의 삶의 참 해답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철학의 본질적 문제가 인간 삶의 궁극적 목적을 묻는 질문과 필연적 관계를 맺고 있다 할 때 블롱델의 삶 자체와 사상은 시대적 상황 안에서 재삼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861년 11월 2일 프랑스 브르고뉴 지방의 디종에서 태어난 블롱델은 법학자 집안이자 엄격한 교양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부르주아 가문의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성장했다.
독실한 신자
그가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 철학 교수인 베르트랑에게서 교육을 받으면서였다. 그의 지도로 라틴어 논문을 쓰고 라이프니츠와 멘 드 비랑에 대해 공부하면서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했고 특히 여기서 부트루, 올레 라프륀느로부터 직접적인 지도를 받으며 인격적 철학적 성숙을 꾀할 수 있었다.
집안의 영향으로 한때 사제가 될 결심을 하기도 했던 그는 이러한 영향들과 사실주의와 상징주의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개인적 이유들로, 또 한 피정을 계기로 철학 교수로의 길을 결심했다고 한다.
당시 블롱델은 이성적으로만 종교를 이해하려는 유명한 고등 사범학교 교수들의 철저한 합리주의에 맞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결국 그의 철학 목표는 종교적 지향 안에서 허락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종교적 지향을 더욱 유효하게 만드는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었다.
「윤리적 확실성」의 저자이기도 한 올레 라프륀느는 그에게 「정신의 목적은 언제나 존재의 삶과 굳게 결속돼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곤 했는데 블롱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소개를 남겼다.
『블롱델이야말로 철학을 음미하고 그것을 실생활에서 효과적으로 실천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그는 그 누구도 깨닫지 못했던 본질적인 문제를 간파하였다. 사고의 살아 숨 쉬는 계획 속에서 실제의 행동과 평가 불가능한 실재를 상호 융합시킨 것은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블롱델이 아니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학위논문 ‘행동’
1893년 발표된 학위논문 「행동」은 블롱델의 가장 핵심적이며 중요한 저서다. 파스칼적인 단호한 형식과 엄격한 변증법에 입각해서 쓰여진 이 글은 「철학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방법을 제시해준 책이기도 하다. 또 행동의 본질적 근원적 의미를 깨우쳐 주면서 블롱델을 「행동의 철학자」로 보는 이유와 설명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논문으로 말미암아 블롱델은 가톨릭 측으로부터는 그리스도교 사상을 이성적 차원으로 끌어내렸다는 비판을, 일반 학계로부터는 반대로 철학의 자율성을 종교적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블롱델은 인간적 삶의 완성은 행동과 사고 그리고 존재의 3중적 실재의 이해를 통해 충만되고 완성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인간은 사고, 존재, 원의의 세가지 요소가 고갈될 때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 외 존재하는 또 하나의 힘은 초자연적인 것이어야만 하고 어떤 「요청」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결국 인간은 밖으로부터 즉 자신의 고유한 힘 외에 또 다른 어떤 것을 통해 완전하게 완성되게 할 수 있는데 이를 「초자연성(le surnature)」이라 해석할 수 있고 이러한 설정 안에서 「종교란 과연 어떻게 초자연적인 근원을 갖는가」 하는 문제의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밝히는 블롱델의 위대함은 인간의 삶은 충만된 공간 또는 완벽한 작품을 통해서가 아니라 빈 공간과 미완성인 상태를 통해 「열려진 세계」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블롱델리즘은 「열려진 체계」로 정의된다.
블롱델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행동의 철학이 종교 철학이 되기를 원했다. 「정신의 그리스도교 철학자」라기 보다는 「그리스도교 정신의 철학자」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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