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떼면 죽잖아, 그래도 떼?”
말기암 환자 35명의 애절한 이야기 담아
임종 준비하면서 겪은 가족들 사연 소개
『이 목 좀 따줘 !』
『잊혀지지 않는 아픈 기억들. 몇 날 밤을 하얗게 밝혀도 오히려 또렷해지는 의식. 말기에 도달한 암 덩어리가 공격해오는 통증… 그 한가운데서 아흔네살 노인이 이렇게 절규합니다. 「이 목 좀 따줘」라고』
가톨릭에선 국내 유일의 독립형태의 호스피스 시설인 청주교구 성모꽃마을 박창환(가밀로) 원장 신부가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 사목일기를 냈다. 책 「이 목 좀 따줘」(아이터출판사/9000원)는 통증에 시달리는 말기 암 환자들의 절규를 그대로 표현해놓은 것.
박신부는 이 책에서 지난 5년 동안 성모꽃마을을 거쳐간 600여명의 말기 암환자들 가운데 35명의 사연들을 소박한 필체로 담았다.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사람들, 그들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노라면 어느새 눈가가 젖어온다.
작년 11월 수능시험을 불과 닷새 앞두고 세상을 떠난 19세 소녀 수정이(가명). 양쪽 겨드랑이엔 아이 머리만한 암 덩어리가 달려 쉴새 없이 피섞인 진물이 흘렀지만 라면 국물 한숟갈을 먹으면서도, 열쇠고리 한개를 갖고서도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던 아이였다.
보험금으로 자식의 빚을 갚으려 말기 선고를 받을때까지 암을 키워온 어머니의 눈물겨운 사연. 태어날 아기를 위해 기꺼이 말기 암 환자가 되기를 주저치 않았던 모성. 남편의 모진 폭력에 시달려온 탓에 죽어서도 먼저 간 남편을 다시 만날까 겁나 눈을 감을 수가 없다던 50대 초입의 환자. 사연 하나 하나가 마치 픽션을 보는 듯 하다.
그동안 호스피스에 관한 이론서 등은 나왔지만 다년간의 호스피스 체험을 한권에 담아 발간한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호스피스를 이해하는데 색다른 시각과 감동을 전해준다.
『평범한 우리 이웃과 가족들이 말기 암의 통증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임종을 준비하는 모습들, 화해와 용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가신 환자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도움만으로도 말기 암환자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 전하고 싶었다는 박신부는 이 책이 호스피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보다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도서구입 문의=(043)211-2112~3 성모꽃마을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