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끼이이익… 쉿!
공포가 들리지 않니?
귀신의집·연극 등 공포체험물 다양
인간 상대로 한 잔혹한 폭력·살해 등
교회 가르침과 어긋난 경우 대부분 현실 도피하려는 시대상 반영하기도
여름! 공포를 즐긴다
많은 사람들이 무더위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로 손꼽는 것이 공포 체험이다. 수많은 인파에 바가지 상혼을 혐오하는 방콕족들은 자주 문화적인 공포 콘텐츠를 여름나기의 방법으로 선택한다. 특히 올해는 문화가에 부는 공포 바람이 더 거세다.
귀신이 가장 즐겨 나타나는 시간인 밤 12시 자정,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는 무대에 오른 최초 심야 공포 연극 엠 에볼, 공연 시간이 아예 밤 11시다. 1시간 남짓 공연 후 12시면 광기의 제의식을 올린다.
대학로에 오르는 공포물들은 그 뿐만 아니다. 「악녀 신데렐라」나 「하녀들」 같은 여름용 연극이 꽤 된다. TV나 영화에 비해 공포물에 둔감한 연극계의 공포 바람은 올해 여름 공포물의 유행을 증거한다.
각종 귀신 이벤트, 공포 체험도 빈번하다. 경기 가평군 호명산의 귀곡산장은 아예 컨셉을 공포로 잡아 여름 손님들을 맞는다. 부산 해운대 인근 한 빌딩의 호러우드는 공포를 아예 상품으로 팔고 있다. 이미 서울 명동서 6개월 동안 10만명을 동원한 막강한 공포 상품이다. 경기 과천 서울랜드의 귀신동굴도 성황을 이룬다.
인터넷이나 PC 게임도 공포 바람에 예외가 아니다. 호러 게임은 이미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돔, 사일런트힐, 페이털프레임2, 바이오해저드 등등 게임들은 악령이나 몬스터, 퇴마, 좀비 등 공포의 대상을 상대로 음산한 음악과 칙칙한 그래픽으로 공포를 만끽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납량의 정수는 공포영화, 호러물이다. 이미 여름=납량=공포라는 등식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지 오래지만 유난히 올 여름 영화계는 공포가 휩쓴다. 특히 외화가 많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 「셔터」, 「아미티빌 호러」, 「부기맨」, 「옥테인」, 「더 로드」, 「오픈 워터」 등 외화에 「여고괴담 4」, 「목두기 비디오」, 「분홍신」, 「가발」, 「첼로」 등등 줄줄이다.
공포 영화를 보는 심리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이렇게 공포가 열광의 대상이 되는 그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공포가 더위를 물리치는 임상적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졌다. 공포가 사람의 근육과 뇌를 긴장하게 하고 체온을 떨어뜨려 심하게는 한기까지 느끼게 한다고 한다.
공포를 일컫는 「horror」가 라틴어 「horrere」에서 유래됐다는데, 그 뜻이 「털이 곤두서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고슴도치가 적을 만나면 털을 세우듯, 사람도 공포를 느끼면 털을 세운다고 한다. 실제로 사람에게도 비록 퇴화는 됐지만 털세움근이라는 근육이 존재한단다.
어쨌든, 공포를 느끼면 평소보다 체온이 상승해서 외부 온도를 차게 느낀다고 하니, 이로써 더위를 피하려는 것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과거처럼 냉방이 잘 안되는 것도 아니고, 피하려면 얼마든지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여름을 날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공포영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을 법도 하다.
어떤 정신과 의사는 그것이 더위 때문만이 아니라, 공포를 느끼고 해소되는 과정에서 체험하는 묘한 「흥분」 때문이라고 한다. 번지점프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도 같은 이치. 영화는 어디까지나 스크린 속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충분한 안전장치가 있고 그래서 더 대중적으로 즐기게 된다.
공포 영화를 즐기는 신자?
당연히 공포 영화는 영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영화가 발명되고 수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지면서,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공포 영화 역시 공포를 즐기는 인간 심리와 맞물려 역시 많은 작품이 만들어진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마니아들은 공포 영화를 여러 종류로 구분하는데, 등장인물이나 성격 등 여러 가지 기준으로 매우 많은 종류가 있다. 그 중에서도 그리스도교적인 세계관을 기초로 한 공포 영화 중에서는 나름대로 공포 영화 장르에서 고전으로 꼽히는 것들도 있다.
그러면 가톨릭 신자가 공포 영화를 즐기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가톨릭 교회가 공포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일러주는가는 명확하게 언명한 것은 없는 듯하다. 다만 영화가 인간성을 훼손하거나, 윤리 도덕에 어긋나거나 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도의 원칙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원칙만을 놓고 따져도 공포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영향을 받는 일이 있다면 단연코 공포 영화는 결코 그리스도인에게 적절한 것은 아니다.
미국 주교회의는 개봉 영화가 나올 때마다 등급을 매긴다. 요즘 나오는 할리우드 공포 영화들에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아미티빌 호러」에 대해 폭력과 고문, 섹스, 마약 등등의 장면들을 고려해 등급 O(morally offensive)를 매겼고, 「부기맨」은 A III(성인용)으로 등급을 매기고 있다.
충분히 윤리적 판단이 가능하고, 영화가 주는 충격적인 영상이나 메시지를 순전히 영화로서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성인에게만 유보된 것으로서 분류하고 주의 깊은 관람을 요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공포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해도 역시 공포 영화의 주제와 내용들은 교회의 가르침과는 매우 어긋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잔혹한 영화들은, 인간을 상대로 행하는 무자비한 폭력과 모독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리스도인에게 참된 공포는 무엇일까.
성서는 인간의 공포와 두려움에 대해서 자주 언급한다. 구약에서 두려움을 표시하는 용어는 모두 430번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구약성서는 인간이 위협적인 짐승(아모 3, 8), 극한적인 자연 환경(신명 1, 19), 위력적인 자연 현상(요나 1, 4~5), 살인적인 무기(예레 42, 16), 죽음의 질병(시편 91, 6) 등에 대한 두려움을 언급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서 가장 자주 공포를 느낀다는 것이다. 적군(1사무 7, 7), 또는 자기에게 적대적인 사람(창세 19, 30; 32, 8; 시편 55, 5~6) 앞에서 두려워한다.
이것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현상과 일치한다. 재미있게도, 영화 「부기맨」이 한 포털 사이트와 함께 가장 무서운 귀신이 누구인가를 조사했는데, 1위 「처녀귀신」 다음으로 「사람들」이라는 대답이 2위에 올랐다. 웬만한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사람들이 공포 영화에 더 열광하는 이유를 현실의 공포, 즉 삶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공포 영화를 더 찾는다는 분석도 있다. 청년 실업, 빈부 격차 등 현실 세계의 어둠이 짙을수록 도피처를 찾아 더 공포 영화를 즐긴다는 것이다.
공포 영화가 주는 이러한 사회적 맥락은 참된 두려움, 즉 공포만으로 그치지 않는 경외심에서 나오는 종교적 두려움이 더욱 절실함을 반증한다. 유한한 인간이 결국 의지하고 기댈 곳은 무한한 절대자로서의 하느님, 그분에 대한 두려움이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놀람과 공포의 대상이지만, 그것은 「인격적 두려움」이며 인간을 등돌려 달아나게 하는 두려움이 아니라, 온전한 믿음과 신뢰로 나아가게 하는 참된 경외심의 감정이다.
공포로 소름이 돋지만, 동시에 매혹되고 헌신하게 하는 것이 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두려움이다. 더욱이 그 대상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외아들을 내어주기까지 한 무한한 사랑의 존재임을 깨닫게 될 때, 그 두려움은 우리를 구원하는 힘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하느님을 두려워할 때, 우리는 오히려 『두려워하지 말라』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고 하느님 외의 그 어떤 것에서도 공포를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박해의 순간에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순교자의 정신과도 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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