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교육은 삶의 목적과 ‘하는 일’의 의미 찾게해
지난 학기를 마감하는 수업 때 일이었다. 그날 나는 무척이나 당혹스런 체험을 했다. 수업내용은 일선학교에서 시행하는 인성교육과 요즘 나의 지대한 관심사인 영성교육을 비교해서 설명하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시행하는 인성교육은 개인적인 덕성과 사회적인 윤리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 인성교육의 문제는 개인과 사회의 통념을 따라 자칫 상대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이고…』하면서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으나, 처음 몇몇 학생들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더니 시간이 가면서는 더욱 많은 학생들의 얼굴이 난감함과 의구심으로 가득 차는 것 아닌가! 내가 당황한 것이 이때부터였는데, 제 아무리 훌륭한 강의를 한들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수업이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후 남은 시간을 통해 영성과 영성교육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으나 결과는 참담함으로 끝났다. 어떤 총명한 학생이 교수를 돕겠다는 갸륵한 마음으로 『그러니까 현행 인성교육은 인간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반대로 영성교육은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씀이지요?』하며 거들었으나 그의 대답은 지금껏 설명하고 있던 핵심을 정반대로 이해한 것이었기에 나는 더욱 우울해졌다. 그래서 내가 『아니다』라고 대답하자 교실은 『인성교육과 영성교육은 결국 같은 거 아냐?』 『우리가 이미 다 하고 있는 거잖아?』하며 학생들끼리 수군수군 하는 소리로 가득찼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왜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온 것 같았는데, 문득 서로가 다른 세상에서 온 이방인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까?
지금 돌이켜 보면, 내용을 충분히 또 쉽게 설명하지 못했던 교수의 부족도 있거니와 다음과 같은 원인도 찾아 볼 수 있다. 즉, 학생들이 영적인 삶과 영적인 목적에 대해 상당히 익숙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영적인 삶과 목적에 대해 감각을 잃어버리고 있다. 우리가 지닌 영적 삶이나 영적인 목적은 우리 개인의 성실성, 도덕적 감각, 사회적 유능함 이상의 것이며, 성취감, 마음의 평화와 행복감보다 훨씬 큰 것이다. 이 질문은 수천년 동안 사람들을 고민스럽게 했다. 고민의 이유는 늘 출발을 자신과 사회가 제시하는 통념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나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인생의 참된 목적은 여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우리는 해야 할 일들, 지켜야 할 약속, 제출해야 할 과제, 돌봐야 할 사람들을 앞에 두고 늘 바쁘고 분주하게 뛰어다닌다. 그러나 만일 명확한 삶의 목적이 없다면, 우리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으며, 어떻게 시간을 투자하고 돈을 쓸 것인지 근거를 잃게 된다. 목적을 알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와 피로에 싸이고 사람들과 갈등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사야 예언자는 『나는 헛수고만 하였다. 공연히 힘만 빼었다』(이사 49, 4)라고 말했고, 욥은 『돌아오는 것은 허무한 것일 뿐, 고통스런 밤만이 꼬리를 문다네』(욥 7, 3)라고 고백하고 있다.
영성교육은 더 많은 일을 효과적으로 더 잘하게 만드는 교육이 아니며, 사회적으로 유능하고 윤리적으로 안전한 인재를 만드는 교육이 아니다. 영성교육은 내가 왜 이 세상에 나왔으며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이고, 내가 지금 그리고 미래를 어떤 삶의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심사숙고하게 만들며, 종국에는 나와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게 만드는 교육이다.
최준규 신부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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