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품을 받은 다음 해에 나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성직자 성령기도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때에 전국 각지에서 내로라 하는 성령 대가(大家) 신부님들이 다 모일만큼 많은 신부님들이 참석했다. 성령기도 모임을 전혀 체험해 보지 못한 신부는 나를 포함하여 약 20명 정도였다. 이들은 성령대가 신부님들 속에 끼인 죄인들 마냥 주눅이 들어 있었다.
일주일간의 세미나 속에 많은 기도와 성찰, 통회하는 역동적인 전례와 함께 성령의 체험을 한껏 누리게 되었는데, 마지막날 성령기도 지도 신부님께서 성령의 예언은사를 내린다고 통역하는 신부님을 통해 들려왔다.
이 순간, 마치 로또복권을 추첨이라도 하듯이 모두가 갑자기 숨죽이며 기다리지 않는가. 그런데, 너무나도 뜻밖에, 전혀 기대치도 않았던 나에게 성령의 예언은사가 떨어졌던 것이다. 그때의 상황은 도저히 표현조차 못 할 만큼 어리둥절하였고, 그 즉시 답례로 간증을 하게 되었는데 마치 하루아침에 일류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성령체험을 한 그 이후로 나는 나에게 주어진 예언은사의 화두를 깨닫기 위해 많은 세월을 흘려 보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성심리상담원 수료식때 수료자 대표인 한 자매의 답사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몸이 아프면 살려고 몸부림치지만 마음이 아프면 죽으려고 애쓰는 요즈음 현대인의 사회적 병리현상 시대』라는 말이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 건강한 정신에 건전한 영성」을 일깨우게 해주는 영성심리상담의 사목이 바로 나에게 주어진 성령의 예언은사라는 것을 그때에 깨달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사제는 하느님의 도구로서 인간 구원을 위해 사목하도록 불리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 구원은 시대와 더불어 연계성을 지녀야 하고 하느님의 창조질서 안에서 인간 본연의 삶(인간성 회복)을 살도록 하기 위해 그 시대가 안고 있는 인간의 모든 문제와 더불어 실천해 나가는데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성심리상담 사목은 영적으로는 인간 구원의 길을 제시하고 심리사회적으로는 웰빙의 삶을 갖게 해주는 양면성을 지닌 실천사목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교회안팎으로 낯설은 사목이지만 또한 교회현실의 벽을 넘어서기에 너무나 힘겹기도 하지만, 분명히 영성심리상담의 사목은 미래교회의 비전이 될 자부심을 갖게 해주고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목은 나에게 주어진 성령의 예언은사이기 때문이다. 그래, 바로 그거야!
-조옥진 신부 〈부산가톨릭대 영성심리상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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