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글, 불안한 그림, 마음속에 어두움을 안은 눈동자, 그런 것들을 좋아했던 적이 있다. 내가 그만큼 불안했을 때였다. 그러나 불안은 하느님 없이 사는 삶의 본질적 특징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면서, 나는 비로소 그 불안과 피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원고를 쓰려고 다니엘서 2장을 다시 읽으니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불안」이라는 주제이다. 성서 본문은 처음부터(2~3절), 바빌론 왕이 꿈을 꾸고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몰라 『불안해져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불안함」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된 히브리어는, 「강타하다」, 「때리다」라는 의미를 가지는 「파암」이라는 동사의 재귀형(히트파엘형)이다. 결국 다니 2장이 사용한 「불안하다」라는 히브리어는, 스스로의 마음을 때리고 괴롭히는 상태를 묘사하며, 궁지에 몰린 인간의 가학적 심리를 잘 표현해 주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자기를 스스로 깨물고 할퀴면서 결국 파멸로 이끌어가는 무서운 병, 불안….
물론 느부갓네살의 불안함을 말끔히 걷어 준 존재는, 하느님으로 자신을 완전히 무장하고 있었던 순수청년 다니엘이었다.
장마가 끝났다고 한다. 맑고 강렬한 하느님의 존재가 모두의 불안과 근심을 뽀송뽀송 말려주었으면 한다.
다니 2장의 개관
지난번에 우리는 다니엘서 전반부(1~6장)의 서론 역할을 담당하던 다니 1장을 살펴보면서, 청년 다니엘의 비범한 지혜는 하느님을 언제, 어디서고, 삶의 중심에 두려던 그의 굳은 신앙과 충절에서 기인한 것임을 살펴보았다. 본론이 시작되는 다니 2장에서는 그러한 그의 지혜가 바빌론 궁정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실화되는지를 묘사해 준다.
다니 2장이 제시하는 문학적 특성은, 다니엘서 입문 과정에서 언급하였던 바와 같이, 2장의 시작인 1~4ㄱ절만 히브리어로 되어있고 그 이후로는 아람어 부분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히브리어 부분이 원래 아람어로 저술된 부분이었지만 후대에 히브리어로 번역된 것이라 추정한다.
내용
등극한지 2년이 되어가던 느부갓네살은 점차 왕이라는 신분에 익숙해지고 있었지만, 바빌론의 미래와 점차 강대해지는 주변 국가들의 정세는 하나의 근심거리로 자리 잡게 된다. 불안해진 그는 급기야 꿈까지 꾸게 되는데, 그 꿈의 내용이 왕의 마음을 더욱 산란하게 하였고, 결국 왕은 꿈을 해석할 지혜자(賢者: 요술사, 주술사, 마술사, 점성가. 2절 참조)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먼저 불린 이들은 바빌론의 현자들이었는데, 그들은 자신의 꿈 내용을 일체 제시하지 않는 왕에게, 꿈을 말해주지 않는다면 그 꿈을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4,7,10,11절). 이에 격분한 왕은 바빌론의 모든 현자들을 죽이라고 명하게 되고(12~13절), 이렇게 상황이 다급해지자 다니엘은 하느님께 그 꿈의 신비를 알려달라고 기도한다(18~23절). 마침내 기도가 받아들여져, 다니엘은 그 꿈의 내용을 알아내 해석해준다.
다니엘이 알아낸 왕의 꿈은 이러했다. 매우 이상한 모습의 형상이 보였는데 머리는 순금으로 되어있고 가슴과 팔은 은으로, 배와 넓적다리는 청동으로 되어있으며, 아랫다리는 쇠로, 발은 쇠와 진흙이 서로 혼합되어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돌멩이 하나가 날아와 그 형상의 발을 치니 모든 것이 부서져 그 흔적조차 볼 수 없게 되었고, 그 후 돌은 거대한 산이 되어 온 세상을 채운다(31~35절). 이러한 꿈에 대하여 다니엘은 다음과 같은 해석을 제시한다. 4가지 금속들은 앞으로 연속적으로 일어날 강력한 4왕국을 가리키며, 이 나라들은 결국 돌멩이로 은유된 나라에 의하여 분쇄될 것이라는 해석이었다(36~45절). 느부갓네살 왕은 자신의 꿈을 알아맞히고, 이를 명쾌히 해석한 다니엘에게 바빌론 모든 현자들을 거느리는 총 감독관의 지위를 내리고, 아울러 그에게 지혜를 허락하신 유다인들의 하느님을 모든 신들 중의 참 하느님으로 고백한다(46~49절). 느부갓네살의 이러한 고백은 한 때 예루살렘을 침입하여 성전을 모독한 인물이었던 그의 결정적인 회심과 굴복을 암묵적으로 표현한 저자의 신학적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불안의 극복
결국 하느님께 다가가지 않는다면 아무리 천하를 호령하는 자(바빌론의 왕)라 하더라도 삶의 고비 고비에서 마주치게 되는 불확실성과 불안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 사고다발지역. 운전을 하다 보면 종종 마주치게 되는 팻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안개와 불안이 자욱하다. 그렇게 불의의 사고와 재앙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불확실성과 불안인 것이다. 승패의 비결은 그런 불안 속을 하느님과 함께 「뚫고」 가느냐, 마느냐 일뿐. 너무 더워 인터넷이 열을 받았나보다. 이 햇빛을 「뚫고」 원고 보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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