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이 돌볼 수 있어 행복했어요”
성 골롬반회 선교사로 전국서 의료봉사
어려울 때마다 도움의 손길…은총 받아
『한국에서의 50년 생활은 내 삶에서 가장 멋지고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한국인들의 인정과 사랑, 아름다움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성 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 엔다(Enda Stauntan.82) 수녀는 1955년 1월 수녀회가 처음 한국에 파견한 4명 선교사중 한명이었다. 전쟁으로 폐허뿐인 목포항에 도착, 제주 춘천 삼척 등 전국을 돌며 가난과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인들과 반백년의 세월을 함께 했던 그가 지난 8월 3일 그간의 50여년 세월을 뒤로 하고 고국 아일랜드로 떠났다.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면서 『이미 마음이 많이 아프고 슬프다』고 말하며 아이 같은 해맑은 웃음을 지은 엔다 수녀는 『하느님께서는 한국에서 누굴 만나든 그들을 통해 매일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하셨고 그로써 하루 하루 최선의 삶을 살 수 있었다』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회고했다.
한국에 오기 전 그는 아일랜드 국립의과대학에서 내과 전문의 자격을 따고 영국 홍콩 등지에서 선교 활동을 했었다. 파견이 결정 됐을 때 한국은 그저 「전쟁을 치른 가난하고 결핵이 많은 나라」였다.
『선교사에게 선택은 없습니다.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가족들과의 헤어짐이 어려운 문제였지만, 또 한국은 너무 먼 나라였지만 새로운 소명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배를 타고 미국 필리핀 일본을 거쳐 엄동설한 추위 속에 첫 발을 내디딘 엔다 수녀는 한국 정부가 인정하는 의사 자격고시를 새롭게 치렀고 이후 목포 골롬반병원, 춘천 삼척 골롬반의원, 그리고 제주도 한림의 성이시돌 의원을 돌봤다.
『목포 골롬반 병원 설립 당시 문짝도 없는 초가에 담요 한 장만 깔고 개업날을 기다렸다』고 들려준 그는 『의료기기 하나 없이 청진기 하나로 진료를 해야 할 판이었는데 다들 너무 가진게 없어서 선교사들 역시 지치고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그런데 개업 전날 국적도 모르는 외국인 군의관이 한 상자 가득 엑스레이, 마취도구, 깁스등 필요한 기구를 보내주었고 그 이후에도 어려울 때 마다 도움의 손길들이 답지했다고 한다.
『그런 생활 속에서 선교사로서 더 많은 은총을 받았습니다』
엔다 수녀는 밀려드는 환자를 돌보는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나주 한센병 환자촌을 찾아 치료 활동을 했다. 그저 「그 일이 좋았다」고 말하는 그는 그후 목포를 떠나 삼척 춘천 등 강원도 산골 마을을 다니며 산간벽지 환자를 돌보는 일을 맡았고 제주도에서는 호스피스 활동을 통해 임종을 앞둔 이들의 친구가 돼 주었다.
목포 나주 강원도에서 그랬듯 제주에서도 그는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직접 찾아나서고, 또 여자 재소자들을 위해 교도소를 방문하곤 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제주도의 성녀 데레사 수녀」로 부르기도 했다.
제주를 떠나 서울에 머무르는 최근 몇 년 동안에도 한주에 두 번 정도는 날씨가 궂든, 몸이 아프든 반드시 「요셉의원」을 찾아 진료를 했던 엔다 수녀.
『이 나이에 봉사를 할 수 있다는게 영광이었죠. 요셉 의원에 감사드립니다. 돌볼 기회를 주시는 가난한 사람들은 저의 빵과 포도주예요』
한국의 많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겨줄 말을 묻자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도움을 주어서 감사합니다. 영원히 가슴에 남아 있을 거예요. 고국에서 가족들, 친구들과 한국 얘기를 나누며 남은 시간을 보낼 겁니다』
한국인들의 어렵고 힘든 시간을 함께 했던 엔다 수녀는 그간 한국 정부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비롯 「교정대상」(법무부) 「여의대상」(한국여의사협회) 「만덕봉사상」(제주도)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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