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여름이 되면 나 자신에게 다짐하는 것이 있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말기, 위험한 일에는 뛰어들지 말기, 그저 조용히, 조용히 견디기….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노력과 연습 없이 여름을 무사히 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방인」의 뫼르소는 작열하는 태양 때문에 살인을 했다고 했고, 신영복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더위가 공연히 사람을 화나게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화염 같은 더위가 주위의 사람들을 부담스럽게 하고, 급기야 자신까지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니, 모든 것이 위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런 더위가 아니라면 가을을, 그 서늘함과 맑음을, 그리고 그 청명한 위안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다니엘서 3장은 불가마의 화염 속에 휩싸여 있는 세 청년의 이야기로 유명하다. 8월의 더위보다 비교할 수 없이 뜨거웠을 그 곳, 그들은 과연 그 죽음의 자리를 어떻게 견뎠을지, 궁금하다.
다니 3장 개관
3장의 가장 부각되는 특징은 주인공 다니엘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과 대신 1장에 등장했던 그의 세 친구들을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니 3장을 다른 다니엘 전승과 구별시키는 본질적 요인이라 할 수 있는데, 더욱이 여기서 등장한 세 친구들은 이후 전혀 등장하지 않기에, 대부분의 학자들은 다니 3장이 다니엘 전승과 분리되어있던 독립된 전승의 하나였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다니 3장은 내용상으로도 중요하지만, 그 구성 형태 때문에 주목을 받아왔다. 문제는 히브리 성서의 번역본인 그리스 성서가 히브리 본문보다 분량 면에서 훨씬 길게 서술되었기 때문인데, 이러한 현상은 그리스 성서에 3가지 독립적 단편들이 첨가되어짐으로써 야기된 것이었다.
즉, 그리스 성서는 1) 시문(詩文)으로 되어있는 아자리야의 노래(26~45절)와 2) 산문(散文)으로 기술된 불가마에 던져진 세 청년 이야기(46~50절) 그리고 3) 세 청년의 노래(52~90절)를 히브리 본문에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후대 첨가된 부분들은 당연히 그리스어로만 존재하고(제2경전), 이로써 3장 전체는 매우 복잡한 언어구조를 띄게 된다.
즉 다니 3장은 23절까지는 아람어로 되어있고, 24절부터 90절까지는 그리스어로 존재하며, 이어지는 4장에서는 다시 아람어로 복귀하고 있는 복잡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3장의 귀결 부분도 조금 차이가 있어서, 히브리 성서는 그리스 성서가 91~97절에 두고 있는 부분을 24~30절로 두며, 이것을 3장의 종결부분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와 함께 흥미롭게 등장하는 것은 세 친구들의 이름인데,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라는 바빌론 이름으로 등장했던 세 청년의 이름이, 제2경전 부분인 49절, 88절에서는 아나니야, 아자리야, 미사엘이라는 히브리식 이름으로 등장한다.
간추린 내용
다니 1~2장은 포로로 끌려갔던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이 어떻게 하여 종주국의 행정조직 내부에까지 편입되게 되었는지, 그 경위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바빌론 현자들과 동등한 지위에까지 올랐다고 해서 그들이 겪어야하는 불평등과 모략의 위협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3장에서 유다 청년들은 그들이 바빌론 현자들로부터 겪어야했던 견제와 질투를 묘사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바빌론의 고급 관리들은 「아웃사이더」였던 유다 청년들의 존재를 자기들의 내부 조직에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고, 결국 모든 관리들이 초청된 신상 개막식 자리에서 이 누적된 갈등을 표출시킨다. 느부갓네살은 거대한 신상을 금으로 건립한 후, 누구든지 그 신상을 경배할 것을 명령한다.
그러나 우상에게 절할 것을 거절한 유다인들은 결국 그 자리에서 체포되고, 그 벌로 불 지핀 화덕에 들어가야 하는 고문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유다 청년들은 당황하지 않고 기꺼이 이 불의 시험을 감수하며 화덕 안으로 들어가는데, 놀라운 일이 발생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들은 전혀 불길에 손상당하지 않은 채 천사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인물과 화덕 안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왕은 즉시 그들을 화덕으로부터 끌어내어, 그들의 하느님을 칭송하였으며, 더욱 중요한 자리로 그들의 지위를 격상시켜준다.
일상을 넘어서는 지평
일상은 그 일상을 넘어서는 또 다른 삶의 지평을 숨기고 있다. 숨쉬기도 어려울 만큼 덥고 짜증나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초월적 지평을 발견하는 사람은 서늘하고 관대한 평화를 누릴 수 있다. 물론 그 지평은 하느님! 지금껏 살게 해주시고, 그 삶을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삶은 당분간 다행스럽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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