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본래 의미 사라지고
상업적 문화 상품으로 퇴색
최근 요가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아졌다. 요가 수행이 현대의 두드러진 문화현상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인기 연예인들이 경쟁적으로 요가 수행 영상물을 제작하고, 지역마다 요가원이 여럿 생겨나고, 모든 문화센터에서도 요가 프로그램은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한마디로 요가 열풍이다.
이런 요가 열풍 현상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 종교문화의 문제 상황을 또 다시 확인하게 되는 씁쓸함도 있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해진 요가라는 문화현상의 내용은 건강, 운동, 다이어트 등에 집중되어 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요가를 단순히 건강법, 운동의 한 종류, 특히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운동정도로만 알고 있는 것 같다. 간혹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가더라도 요가를 뭔가 신기한 것, 흔히 텔레비전의 기인열전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것 정도로만 생각한다.
본래 요가는 인도 종교 전통에서 보다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의미를 지닌 개념이다. 요가의 원형적인 기원은 기원전 3000여 년 전의 고대 인더스 문명에까지 올라간다. 그 이후 인도 종교 전통의 다양한 발전 과정을 통해 요가는 인도 종교의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로서 폭넓게 전개되었다.
인도 종교 전통에서 요가 개념이 지니는 기본적인 의미는 「해탈(解脫)의 길」이다. 인도인들에게 있어 해탈은 구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요가는 구원에 이르기 위한 길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종교적 의미를 지니는 개념이다.
인도인들은 인간이 현세적으로 지니고 있는 속박과 제한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해탈)를 추구했고, 그것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올바르게 통제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본래 초월적인 존재와 동일한 본성을 지니고 태어난다. 하지만 현세적인 인간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육체적인 요소들, 그리고 육체적인 요소에 휩쓸려버린 감정과 정신작용 때문에 그 참된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지 못한다. 이러한 육체와 정신의 휩쓸림에 갇혀있는 참된 본성을 자유로운 상태로 회복시켜주는 것이 바로 해탈이고, 요가는 해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수행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깊이 있는 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요가를 현대인들은 너무 편협한 내용의 문화로 접하고 있다. 종교로서의 본질적인 의미는 사라져버리고 단지 외형적인 형식만을 남긴 채 현대인들을 위한 상업적인 문화상품으로 퇴색시켜버린 경향이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왜곡된 요가 열풍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인 사찰이나 경건한 성지를 단순한 관광지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십자가를 비롯한 의미 있는 종교적 상징물들을 그저 장신구로서만 치장하는 것 등도 마찬가지 맥락의 문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종교도 일상적인 문화 현상으로서의 측면을 지니고 있고, 종교적 내용들을 많은 사람들이 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개발하는 일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놓쳐서는 안 될 대원칙은 그러한 문화 콘텐츠가 종교 본래의 진리와 생명성을 담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것은 단지 종교를 빙자한 세속적인 문화상품에 불과할 뿐이다.
더 나아가 현대인들에게 점차 종교가 그 본래의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는 문제, 종교가 형식화되고 왜곡되는 현대 종교문화의 문제 상황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오지섭 (서강대 종교학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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