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기 설치했을 때 박수치던 모습 못잊어
『아이고~얼굴이 너무 타서 누군지도 몰라보겠다. 동티모르 사람이 다됐네』
『얼굴은 이렇게 됐어도 마음은 무지 하얘져서 왔다니까』
아프리카에서 입국한 운동선수들 마냥 까매진 얼굴로 공항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한 무리의 청소년들. 가족들을 만나자 그들은 얼굴에 있던 웃음기를 말끔히 걷어내고 의젓해진 모습으로 돌변(?)했다.
(재)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관구장=황명덕 신부)와 (사)국제청소년지원단(단장=이명천 교수)이 공동주관한 「제3세계 돕기-동티모르 봉사활동」에 참가한 32명의 청소년들이 지난 8월 13일 입국했다.
7월 27일부터 8월 13일까지, 17박 18일의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의 모습은 출국했을때와 비교해 몰라볼 정도로 달라져있었다.
국제청소년지원단은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에서 화물선을 타고 12시간이 걸리는 오큐시(Oecussi) 섬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오큐시 섬은 전기와 수도도 없는 「오지」라는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의 열악한 곳.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아래, 열기를 피할 그늘 하나 없는 곳에서 이들이 한 일은 운동장 만들기, 교회당 건물 페인트칠, 우물 파기, 양수기 설치 등 그야말로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한 작업들이었다.
변변한 장비도 없어 삽 5자루로 운동장을 만들고 1000평에 달하는 터 다지기를 할 때는 5km가 넘는 강가에서 돌을 가져오는 등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했다. 작업시간은 이른 오전부터 오후 5시까지. 작업을 마치면 모두들 해변으로 나와 대충 먼지를 털어내고 저녁 먹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시체」 마냥 곯아 떨어졌다.
고되고 힘든 이들의 일정에 큰 힘이 되어준 것은 바로 오큐시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미소였다. 자신이라면 단 하루도 못살 것 같은 이곳에서 늘 해맑게 웃는 이들의 모습에 지원단 일행은 18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성」이라도 지을 듯 한 불같은 기세로 작업을 했다.
박예슬(21)씨는 『오큐시에 도착했을 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 지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남을 생각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양수기 설치를 마무리 했을 때 박수를 치던 아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는 이지호(17)군은 『늘 우리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던 동티모르 사람들의 정성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여건만 되면 그들이 필요한 모든 부분을 도와주고 싶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18일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국제청소년지원단. 가족들과 함께 공항을 나서는 그들의 뒷모습은 공항에 있는 그 누구보다 한층 더 커보였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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