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떨어져 사는 선원에게 큰 관심을”
『하느님의 사랑과 한국 신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보람있었습니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힘들게 살아가는 선원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인천교구 해양사목 14년 역사와 함께 하며 해양사목 활성화의 바탕을 마련한 왕주현 신부(Raymundo T.Sabio, 예수성심전교수도회)가 19년간의 한국생활을 마치고 고향 필리핀으로 귀국했다.
1971년 필리핀에서 사제품을 받은 왕신부는 예수성심전교수도회가 한국에 진출한 이듬해인 1986년 한국에 파견됐다. 1989년부터 2년간 부산 범일동본당 보좌신부로 봉직한 왕신부는 1991년 2월 인천교구로 파견돼 해양사목을 시작했다.
『선원들은 오랫동안 집을 떠나 생활하기 때문에 갖가지 가정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또 갇힌 공간인 배 안에서 살다보니 선장, 선원 간의 관계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죠』
배가 인천항에 들어오면 왕신부는 누구보다 먼저 배에 올라 선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다. 선상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항상 그들의 곁에 하느님이 계심을 말씀으로 실천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입항한 배에서 화재가 났던 1997년 겨울. 화재로 집과 같은 배를 잃은 선원들을 위해 왕신부는 인천 항만사도회 회원들과 함께 옷가지를 모아 전하고 모금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했다.
『그때 도움을 받았던 선원을 3년 후인 2000년 필리핀공항에서 만났어요. 두 손을 꼭 쥐며 「저를 기억하시겠어요」하는 데 그때 비로소 배에 오르내리는 보람을 얻었죠』
왕신부는 『항만사도회, 인천가톨릭국제공동체 등 자신이 몸담았던 공동체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한국신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들이 보여준 봉사의 참 의미와 신앙인으로서의 자세를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겠다고 밝혔다. 8월 16일 출국한 왕신부는 필리핀에 머물다, 9월 6일 본당사목을 위해 하와이 서남쪽 태평양에 있는 마샬군도의 이베이(Ebeye)섬으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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