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구덩이 속에 거꾸로 매달아 고문
배교자 신부 크리스토포로 훼레이라(C.Ferreira)와 키아라 이름이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은 1922년 나가요의 소설 「청동의 기독」과 엔도 슈사쿠의 「침묵」에서이다.
훼레이라는 포르투갈 태생으로 일본포교를 위하여 1609년 나가사키에 상륙하여 교토에 파견되었다. 1614년 선교사 추방령 때 잠복하여 교토교구의 책임자로 있었다. 일본에 남는다는 것은 순교의 결의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박해의 와중에 숨어서 종신허원을 한 것을 보더라도 그의 결심은 대단하였다. 1631년 신부가 쓴 순교보고서에는 다음의 기록이 있다.
「… 나가사키의 박해자들은 선교사들을 배교시켜 우리들의 가르침과 그 후계자들을 조소하려고 했습니다. …」 또 「박해자는 아무리해도 자기가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폭군이 계획하고 기대했던 것…」 이 글을 읽는 자, 그 누가 3년 후의 배교와 좌절의 훼레이라의 모습을 상상 할 수 있겠는가.
1633년 10월, 박해자는 훼레이라 신부에게 거꾸로 매다는 고문을 하였다. 장시간의 고통 속에 의식은 몽롱해 져서 벌레처럼 괴로움에 몸부림치는-거기에는 순교의 영웅적 아름다움은 없다-그 모습을 끌어 낸 것이다. 오물을 집어넣은 구덩이 속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문, 피가 머리에 역류되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얼굴은 부어오른다. 죽지 않고 오래 고생하도록 관자놀이에 작은 구멍을 뚫어 피가 똑똑 떨어진다. 눈이 튀어나오며 코와 귀 입에서는 핏물이 나와 의식을 잃게 되면 꺼 집어내어 다시 시작한다. 고문을 시작한지 5시간 후 훼레이라 신부의 모습은 완전히 변하였다. 현실은 그에게는 너무나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그가 3년 전에 쓴 순교보고서에 「…폭군이 계획하고 기대했던 것…」이 자신에게 다가왔다는 사실을 직감한 순간, 훼레이라 신부는 무엇을 생각하였을까.
그 후 훼레이라는 사와노 추안(澤野忠庵)이라는 일본이름과 부인을 받고 불교 신도가 되어 기리시탄 적발직과 통역관으로 일하며 나가사키에서 거주하였다.
1636년 배야서(排耶書)를 저술하였다. 서두에 「…어릴 때부터 기리시탄의 가르침만을 받고 출가를 하여 훌륭하게 이 도를 전하려고 뜻을 세워, 수천만 리를 멀다하지 않고 일본에 왔다. 이 법을 가르치기 위하여 굶주림과 추위,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산과 들로 변장하여 목숨을 내 놓고 동분서주 하였다」. 「천지의 창조자, 만상의 주, 지혜의 원천이라면 인간에게 왜 그를 알도록 만들지 않았는가. 자비의 원천이라면 왜 인간의 편안이 없는 고통의 세계를 만들었는가」. 이글 속에서 말할 수 없이 비애에 젖어 있는 그의 심정을 알 수 있다.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훼레이라 신부는 예수회 회원으로 37년이었다. 그는 고문에 패배하는 그런 단순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배교하였다. 그의 배교는 예수회와 유럽에 큰 충격을 주었고 대속하려는 선교사가 결사적으로 입국하기에 이른다.
기리시탄 사학가 가다오카 야키치는 말하고 있다. 훼레이라의 배교는 「인간의 나약성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얻으려는 기도의 결핍에 있었을 것이다」라고. 역시 순교는 인간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은총이다.
박양자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오륜대 한국순교자기념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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