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무관한 메시지 전달
자극적 선동적 표현은 문제
역사상 최초의 광고 중 하나는 이집트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기원전 천년 경, 도망친 노예를 찾는 내용이었는데, 사례로 금화를 주겠다는 광고였다고 한다. 이후로 그 노예를 찾았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만, 이렇게 시작된 광고는 19세기에 특히 사진술과 영화의 발달에 힘입어 급성장하게 되었고,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제 광고는 더 이상 우리생활과 뗄 수 없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대하는 상업 광고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제품을 많이 사게 하는 데 주 목적이 있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내용을 알리기 위해서 쉽게 이해되는 표현을 사용하고, 또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가능한 한 단순화되고 눈에 번쩍 뜨일 만한 표현을 사용한다. 대량소비사회로 특징지어지는 21세기에 광고가 차지하는 위치는 그야말로 놀라운 것이며, 자본과 시간, 여기에 예술적 재능은 물론이고, 광고 내용과 문안 작성을 위한 다방면의 지식과 아이디어 등 모든 차원의 노력이 집중되는 작업이 되었다. 단순한 상품소개의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예술성을 지닌 광고들도 많이 등장하고, 우스갯말로 광고 보는 재미에 산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예를 들어 TV 광고의 경우, 이는 연설이나 글 등 어느 매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메시지 전달수단 중 하나로 부상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광고가 상품에 관련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는 전혀 무관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 다정하게 마주 않아 있는 두 남성을 비추는 장면에 이어 동성커플을 위한 휴대전화 요금제도를 이용하라는 내용의 광고를 보고 당황한 적이 있었다. 비록 이어지는 멘트에서 「친한 동성친구 사이에서」 운운하는 내용이 있었기는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내용은 휴대전화 서비스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요즘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동성애에 관한 이미지일 것이다. 동성애 문제가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윤리적 판단의 차원을 떠나, 마치 일상적인 일처럼 비추어 지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단 몇 십 초 동안 정해진 시간 내에 가장 강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개봉된 한 영화의 경우는 「차고 비틀고 꺾어라」라는 문구로 포스터를 제작하였다. 이런 행위에 대한 아무런 목적이나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이 그저 폭력적 언어로만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런 예들은, 시각적 자극에 민감하고 또한 외부 자극에 대한 대처 능력이 아직은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자극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왜곡된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러한 상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머물 것인가, 적극적인 태도로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는 바로 우리들의 자세와 노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이미 천명한 바, 매스 미디어는 유용한 도구로써 인류의 선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조수정 <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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