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신앙이 동서양 초월한 피안의 세계”
미·중·프 7개 대학서 법철학 연구한 석학
중국 출신의 오경웅(John C.H.Wu, 1899~1986) 박사는 20세기를 통털어 동서양을 완전하게 이해한 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철저한 가톨릭 사람인 동시에 철저한 동양인」으로 불리는 그는 중국 미국 프랑스의 7개 대학에서 법철학을 연구한 세계적인 석학으로 법철학계에 이름을 남기고 있음은 물론 독실한 가톨릭 평신도 지도자로서도 유명하다.
특히 그의 대표적 저서중 하나인 「동서의 피안」을 통해 동양과 서양을 비교 분석 종합, 동서를 초월한 피안(彼岸)의 세계가 바로 그리스도교 신앙임을 제시한바 있다.
중화민국 헌법 기초와 UN 헌장 구성 등에 참여한 거물이면서 한편 중국내 천주교 신앙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고 신약성서 시편 등의 중국어 번역을 맡기도 했다. 또 중화민국 주재 바티칸 교황청의 공사로 근무한 외교관이었다.
1899년 3월 28일 중국 절강성 영파에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난 오경웅 박사는 상하이 호강대학에 진학, 처음에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과학에 관심을 가졌으나 곧 진로를 법학으로 바꾸었다. 그 이유는 과학이 자연의 이치를 다루는 것이라면 법학은 곧 인간 삶의 이치를 다루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배경에서 그는 상하이 동오대학 법학과에 입학하여 법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법을 자연법적인 입장에서 이해하는 경향이 짙었는데 전문가들은 『젊었을 적에는 자연법의 옹호자였고 만년에는 자연법을 일체법의 기초로 보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음은 그의 법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예문이다.
『만사에 스며드는 실재의 기본적 중심과 핵심이 법에도 스며드니 법도 우리가 진리에 이르기 위해 통과할 관문의 하나에 불과하다.
또 자연과 정신의 일치는 밀접하여 무엇이든지 사물 실재의 극치에 닿으면 우리 정신의 가장 깊은 중심을 진동시킨다. 인간은 무상 최고치에 이르러 거기에 머물러야 한다. (…) 거기서 우리는 음악과 법이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관점이 높으면 높을수록 우리는 우리 자신 속으로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가서 법의 궁극적 근거가 일체 사물의 궁극적 근거와 동일하고 또 법의 의의가 우주 「최초 내원」과 「최종 거처」에 기인한다는데까지 이른다. …』
일찍이 지성적 추구에서 시작됐지만 나중에는 도덕상 직무로 바뀌었던 그의 법철학은 결국 그를 신앙적이고 영성적인 인물로 안내하는 매개체가 됐다.
그는 자연법의 본래 창시자가 하느님이며 사자(使者)에 의해 인간 마음속 깊이 새겨졌다고 생각했는데 전문가들은 그같은 관점에 대해 『토마스 아퀴나스의 「법은 만사에 스며있어 모든 존재의 근원임을 알게 하는 도구」라는 가톨릭 정통 교의에 부합하는 것이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그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유학하는 가운데 미국 대법관이면서 20세기초 미국 최고의 법사상가인 올리버 W.홈즈와 14년동안 교류하였는데 이러한 사상적 우정을 통해 동서양을 넘나드는 사고 체계를 갖추게 되었고 또 베를린에서는 슈탐러(Rudolf Stammler)의 지도를 받으며 이들 두 사람의 법사상을 종합하려 노력했다.
오박사는 결혼후 감리교 신자였다가 이후 가족들과 함께 가톨릭으로 개종했는데 그 계기는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 전기를 읽고 나서였다고 한다.
개신교에서 어떤 내적인 깊은 이끌림을 얻지 못했던 오경웅 박사에게 데레사 성녀의 일생은 매우 큰 자극제가 되었고 데레사 성녀가 삶을 통해 제시했던 신비사상과 금욕주의는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는 소박한 일상 가운데서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을 감지하는 사람이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영성 생활의 3단계를 간단하고 심원한 말로 요약하셨다. 「구하라 얻으리라. 찾아라 발견하리라. 두드리라 열리리라.」 그대는 은총과 은사에 그대의 일용할 식량까지도 구하라. 그러면 그대의 인생행로에 필요한 준비가 갖추어 질 것이다. 은총과 은사가 그대의 목적지 도착을 가능케 하는 필요한 수단인 만큼 그대는 은총과 은사를 얻을 것이다』
「동서의 피안」은 1949년 8월 하와이대학 교수로 채용돼 2년간 재직하는 동안 저술된 것이다. 그 안에는 30년 동안의 그가 쌓았던 정신적인 생활이 녹아있다. 그는 공자와 맹자의 유가, 노자와 장자의 도가사상, 대승과 선사상에 관한 비판, 그리스도교 신비 사상에 관한 견해 등 동서를 비교하여 그 차이 안에서 종합 요소를 발견하고 동서를 초월한 피안을 제시하며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이 추구하는 불후의 가치관이 있음을 설파했다.
다종교 다문화간의 대화가 강조되고 있는 이 시대에 그같은 견해는 미래의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새롭게 주시되고 있다.
한국의 영남대학교를 비롯 보스턴대, 세인트 존스대 등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오경웅 박사는 손문 전기 출간등 교육 문화사업을 비롯 다방면에서 종사하다 1986년 86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저서로는 「중국의 휴머니즘과 기독교 영성」 「선학의 황금시대」 「법철학 및 정치 철학론」 등이 있는데 대한민국 학술원 회장을 역임했던 서돈각 박사등 한국의 지성인들과도 친분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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