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적 영성적 의미없는 문화는
맹목적이고 공허한 행위의 결과
현재는 과거 경험과 행위의 역사적 결과물이며, 미래는 현재의 삶과 결단에 의해 선험적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행위의 시간은 직선적으로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흘러간다.
그런 반면 행위의 의미와 연관된 시간은 미래에서 현재, 과거로 거꾸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결단들이 현재를 미리 규정하기 때문이다.
내일에 대한 꿈은 현재의 고통과 부조리를 잊고 지금의 무의미함과 한계를 넘어서도록 만든다.
또한 과거는 현재의 경험과 나의 존재 방식에 따라 재구성되고 새롭게 이해되기도 한다. 과거는 지나간 사건의 닫힌 결정체가 아니라 현재에 의해 열려있는 지평이다.
시간이란
이처럼 시간이란 그 작용방식에 따라 보자면 상호영향을 주고받는 역동적인 존재이다. 이것은 독일의 철학자 가다머(H. G. Gadamer)의 「영향사」에서 촉발되어 정식화된 해석학적 관점이다. 또한 남종 선불교의 개조 혜능선사의 통찰이 가리키는 바와도 상통한다.
이에 덧붙여 현재는 나의 현재이다. 역사와 실존, 존재와 의미가 현재화하는 그곳은 행위의 주체인 나를 빼고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사건이 일어나는 역동적 지금, 과거와 미래가 만나고 교차하면서 과거를 해석하고 미래를 결단하게 만드는 역동적인 터전으로서의 현재는 『나』의 전인격적 결단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처럼 현재는 시간의 두 요소와 살아있는 인격체로서의 주체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가는 지금이다. 그러기에 지금은 시간적이면서 동시에 역사적이다. 또한 그것은 초월적이며 해석학적이다.
근대의 자연과학에 근거한 실체의 철학은 이러한 현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해석학적 철학으로 이해되는 탈근대의 철학은 현재를 역사와 초월, 사건과 실체, 주체와 타자가 상호영향성에 의한 것으로 이해한다.
우리가 자신을 신앙하는 우리, 믿음을 가진 존재로 받아들인다면, 지금은 우리의 믿음이 올곧이 현재화하는 시간이며, 그 터전이다.
그래서 현재는 나의 인격적 현재없이 이해되지 않고, 나의 인격 역시 현재화하는 사건의 지금을 떠나 성립되지 않는다.
즉, 현재는 지금 이곳에서의 하느님에 대한 나의 인격이 작용하며 이루어지는 사건이며, 그 안에서 의미의 역동성이 현재화하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가 인격체로서의 행위의 주체인 나의 모든 존재의미가 드러나는 생성의 순간이란 뜻이다.
현재는 이러한 존재의 의미에 따라 해석되고, 매순간 새롭게 드러나는 존재의 지금이다. 그것을 우리는 영성의 현재로 이해하고자 한다.
문화에 주목하는 이유
우리가 문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바로 이러한 일상, 이 현재가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얼굴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문화를 의미론적이며 인격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문화의 현재를 이 영성의 현재화라는 관점에서 성찰하여야 한다.
문화는 이런 관점에서 영성의 터전이다. 그것은 문화가 우리의 믿음, 의미추구의 행위, 인간의 실존적 조건과 초월적 결단 등이 이루어지는 터전이란 의미이다.
이처럼 영성의 문화는 실존적이며 초월적인 인간의 현재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문화는 우리의 인격적이며 영성적인 의미 작업 없이는 맹목적이고 공허한 인간 행위의 결과물, 무의미한 즉물적 행위의 결과에 지나지 않게될 것이다.
“의미의 그물망”
문화인류학자이면서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에 바탕하여 문화해석학을 정립한 기어츠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문화를 『의미의 그물망』이라 정의 하였다. 고, 중세 신앙인들이 자연에서 읽어낸 영성을 현대인은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서 보게될 것이다. 현재의 문화세계를 새 하늘과 새 땅으로 만드는 것은 영성의 존재인 우리가 문화에 부여하는 의미와 그를 구현하는 행위에 따라 가능해질 것이다.
신승환 <가톨릭대학교/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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