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향한 여정은 지금부터”
쾰른, 젊음의 물결 넘쳐 하지만 가톨릭 색채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전세계 젊은이에게 재복음화 과제 상기, 가정·지역교회 역할 커
『친구와는 전쟁을 하지 않지요. 서로를 만나 알고 이해하고, 친교를 나누는 것이 평화를 이루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요』(잉가 로스만 Inga Rosmann.독일.16)
『방학이라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았지만 그것보다 하느님이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했어요. 이번 대회 폐막미사 때 전쟁과 기아, 질병 등의 어려움을 막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봉헌했습니다』(톰 리스너 Tom Liesener.캐나다.19)
『각 성당을 순례하면서 우리 모두가 하나의 하느님을 「경배」하러 왔음을 더욱 깊이 되새길 수 있었어요.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경배의 여정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친구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에요』(하지연.아녜스.한국.23)
「우리는 그분을 경배하러 왔습니다」를 주제로 8월 11~21일 독일 쾰른 등지에서 펼쳐진 제20차 세계청년대회는 젊은이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소명을 확인하고 진리와 평화를 일구길 다짐하는 대 순례 여정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100만여명의 젊은이들은 2000여년전 동방박사의 믿음과 순례의 열정을 돼시기며 교회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은 성당들과 영성센터, 1000여개 이상의 각종 이벤트 장소를 순례하며 하느님을 찬미하고 친교와 일치를 다졌다.
젊은 순례자들은 제각기 마련한 별과 십자가를 앞세우고 끊임없이 「알렐루야」 「호산나」를 외쳤다. 본대회 장소였던 독일 쾰른과 본, 뒤셀도르크 3개 도시는 온통 「젊음」의 물결로 넘쳐 대회 기간 중 일반적인 도시의 기능은 일순 마비된 듯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뒤편에서는 교회 행사라기보다 세계 월드컵 혹은 스카우트의 잼보리 대회 등과 별반 차이없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기자가 만난 대다수의 참가 젊은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참여」와 「만남」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쾰른이라는 도시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행사, 역대 대회 중 언론의 관심이 가장 크게 집중된 행사였지만 과연 「가톨릭적」인 색채를 충분히 드러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 또한 함께 지고 온 여정이었다.
물질주의와 다원주의,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세계적으로 교회를 찾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가운데 100만여명의 젊은이들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인 이번 행사는 교회 뿐 아니라 전세계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거대한 파도와 같았던 축제의 끝. 그러나 본격적인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이길 기대해본다.
신자 뿐 아니라 비신자 젊은이들에게도 인상깊은 축제였던 청년대회는 폐막미사를 끝으로 많은 과제 또한 남기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번 청년대회에 앞서 『현대인들은 인생을 즐기고 살고 싶기에 종교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며 『「믿음」의 요체는 자질구레한 생활사를 넘어 과연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미래를 맞을 것인가에 대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폐막미사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선교사적」 사명을 다시금 강조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성서묵상과 성체성사, 주일미사 등에 성실히 참여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이번 청년대회는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재복음화」의 과제를 상기시키고 있다. 대회를 주최한 독일교회 또한 몇해 전부터 「독일교회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슬로건 아래 교회쇄신과 부흥을 위한 중장기적인 실천사항들을 다양하게 제시해왔다.
대회에 참가한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자신들을 달래거나 구슬러 교회로 밀어넣기를 원치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진리」를 갈망하고 「복음화」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길 바라고 있다고 끊임없이 외친다.
교회가 그들이 갈망하는 진리를 더욱 강단있게 제시할 때 젊은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교회로 찾아들 것이다. 이러한 때 특히 각 가정과 지역교회의 역할은 더욱더 강조된다. 가정과 지역교회 안에서 펼쳐지는 지속적인 「교육」은 세상의 재복음화와 새복음화의 근간이 될 것이다.
덧붙여 대회 진행을 도운 「길라잡이」들의 모습 또한 미래교회의 희망을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여느 교회행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세계청년대회는 소리없이 움직이는 자원봉사자들의 공헌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 자원봉사자 수는 총 120개국 2만7000여명에 이른다. 아무 대가없이 자발적으로 교육을 받고 순례객들을 도운 이들의 손길은 참가자 모두의 기억에서 오랜 여운을 남길 것이다. 특히 쾰른과 루르한인본당 젊은이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희생은 한국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각기 배낭을 짊어지고 물통을 들고 젊은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순례길을 동행하며 젊은이들을 격려한 수천명의 사제와 주교들의 애정은 교회의 따스한 사랑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희망이었다.
사진설명
▶한국대표단이 젊은이들과 함께 철야기도를 바치기 위해 마리엔펠트로 들어서는 교황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인의 날 미사에서 한국대표단이 타국 젊은이들과 함께 성가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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