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성여고 43%가 신자학생
73%는 “교회 호감도 증가”
요즘 우리교회의 청소년 사목의 미래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본당 구역 내에 거주하는 초중고 학생신자의 숫자는 적지 않은데, 실제 빠짐없이 주일미사에 참여하고 또 주일학교에 다니는 수는 본당 내 전체 학생신자 대비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추세를 계속 방치했을 때 교회의 청소년 사목은 고사(枯死)할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각계 전문가들의 경고에 우리교회도 상당히 긴장을 하고 있다.
반면에 가톨릭계 학교들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상황을 볼 수 있다. 2005년에 발표된 가톨릭대학교의 원종철 신부(교육학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우선 서울에 소재하고 있는 가톨릭계 고등학교인 계성여고, 동성고, 성심여고의 신자학생 비율은 2003년에 각각 43%, 40%, 26%로 서울교구의 평균을 몇 배나 상회하고 있다.
더욱이 가톨릭 학교에는 소위 「선지원 후배정」 원칙에 의해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본교에 입학을 원했던 학생들이 다수여서, 가톨릭 정신에 맞는 교육을 실현하는 데 뿐 아니라 나아가 직접적인 선교(세례)를 하는데 크게 유리한 점이 있다.
예를 들면, 위의 학교에서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간 세례를 통해 증가된 평균비율을 보면, 동성고(55.6%), 계성여고(39.2%), 그리고 성심여고(25.3%)로 이 역시 서울 뿐 아니라 전국 어느 교구의 신자 증가율과도 비교될 수 없을 높은 수치이다.
한 가지 더 고무적인 사실은 가톨릭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본교를 다닌 이후 천주교회에 대한 호감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 5월에 계성여고 학생 7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본교를 다닌 이후 천주교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했다고 생각하는 학생의 비율은 「그렇다」 47%로 높았으며, 「그저 그렇다」 26%와 같은 중립적인 응답을 포함하면 대체로 73%의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 보다 큰 호감을 갖게 된 것이다.
사실 모든 관계는 호감으로부터 비롯한다. 호감을 통해 보다 깊은 관계를 맺게 되고 그 대상에 대해 사랑을 느끼게 되고, 결국 자신을 바쳐 헌신하게 된다. 자칫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는 여러 기관에서 오히려 구성원들이 가톨릭교회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가톨릭 학교 안에서 나타난 위와 같은 결과에 얼마나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가톨릭 학교는 단지 지식을 전달하고 진학이나 취직을 위한 장소만이 아니다. 가톨릭 학교는 바로 선교의 「황금어장」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은 『가톨릭 학교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효과적인 도구이며, 교회는 가톨릭 교육이라는 독특한 방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선교의 목적을 달성한다』고 말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유럽과 미주 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남미 같은 대륙에서 청소년들의 교육을 주도했던 것은 바로 가톨릭교회였다. 지금도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종교적 배경과 상관없이 수많은 가톨릭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가톨릭 학교들은 수준 높은 교육과 엄격한 도덕적 교육으로 사회의 폭넓은 인정을 받고 있다. 가톨릭 학교를 졸업한 이들은 자신의 출신학교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그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간접 선교의 효과를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가톨릭 중등학교의 비율은 전체 중고등학교 대비 2% 미만이다. 그 숫자도 적거니와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력 또한 아주 미미하다. 이제 가톨릭 학교교육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 다시 말하자면, 가톨릭 학교는 선교의 새로운 「황금어장」이다.
최준규 신부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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