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는 주님께 드리는 ‘최고의 사랑’
복음의 가치 수호·실천하는
증거의 삶·순교의 삶 살아야
⑴‘순교신심’ 제대로 압시다
모든 욕심과 이기심을 비우는 삶.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삶. 내어주다 내어주다 목숨까지 내어주는 삶. 다시말해 「내어주고 비우고 먹히며 죽는 삶」이 바로 「순교의 삶」이다. 시퍼런 칼날 앞에서 기쁘게 신앙을 지켰던 신앙선조들의 믿음과 용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요즘, 현대 신앙인들에게 순교는 과연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본지는 9월 순교자성월을 맞아 「순교신심의 의미」와 「순교자 현양운동의 현주소」을 파악하고, 시복시성 추진 중인 「124위」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3회에 걸쳐 특집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물을 통해 모든 신자들의 마음에 순교신심이 한층 심화되길 기대한다.
짧은 역사를 지닌 한국천주교회이지만 순교자는 1만여명, 성인반열에도 103명이나 올랐다. 스스로 복음의 진리를 수용했고, 100년이 넘게 지속된 혹독한 박해 중에도 신앙선조들이 지켜왔던 순교의 믿음은 한국교회의 큰 자랑거리다.
순교의 의미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죽음을 당함」. 순교의 사전적 의미다. 어원적으로 순교자(Martyr)는 그리스어 「Martus」에서 나온 말로 「증인」 「증거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순교는 단순히 어떤 진리를 위해 죽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의 순교는 하느님의 삶과 온전히 일치하고 본받는 것이며 하느님을 증거하고 그분의 구원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순교는 세 가지 요소를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첫째 요소는 신앙과 진리를 증거하기 위한 죽음이어야 하고, 둘째는 그리스도의 운명에 참여하고 그분께 자신을 봉헌하려는 의도(무저항, 자발적인 수용)가 있어야 하며, 셋째로 신앙을 증오하는 자에 의한 박해가 있어야 한다.
양업교회사연구소 소장 차기진 박사는 『한국교회의 순교전통은 바로 피흘림이다. 특히 박해 시대의 신앙선조들은 순교를 「주님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의미로서 「위주치명(爲主致命)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해 왔다』고 말한다.
순교는 실제로 죽음 당하는 「적색(피) 순교」와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꺼이 포기하는 「백색(순결) 순교」, 고통을 극복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녹색 순교」로 나눈다.
순교신심
순교는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느님 사랑을 깊이 깨달아 그 응답으로 가장 귀한 생명까지 아낌없이 바치는 것이 바로 「순교의 믿음」, 즉 「순교신심」이다.
순교는 하느님 사랑의 최고의 증거며 우리가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다. 따라서 순교는 사랑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깨달은 순교자는 하느님을 인생의 첫 자리에 모시고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생명을 다해 하나이신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첫째 계명을 머리로만 안 것이 아니라 삶으로 철저하게 옮긴 사람이다.
순교 신심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그분을 철저히 본받고 따르기 위해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에 기꺼이 동참하는 것이다. 이러한 순교신심의 기초는 부활신앙이다. 즉 순교신심은 주님을 철저히 본받고 따르는 순교야말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굳게 믿는 것이다. 그래서 순교자들은 고통 중에도 불멸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던 사람들이었다.
순교의 현대적 의미
오늘날 우리는 예수님이나 옛 순교자들처럼 피 흘리는 순교를 강요당하진 않는다. 그러나 홍수처럼 밀려오는 정보화와 세계화의 물결,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 물결, 그리고 과학만능주의와 쾌락주의의 거센 물결은 무혈의 순교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안에서 복음적 삶에 충실히 응답하기 위하여 매순간 순교자적 용기와 결단에 바탕을 둔 백색 순교자가 되어야 할 때도 있고, 또 녹색 순교자가 되어야 할 때도 있다.
「순교냐, 배교냐」란 양자 선택의 극한 상황에서 생명을 바쳐 주님을 증거하는 고전적인 순교에 대한 가치와, 피를 흘려 생명을 바치는 상황은 아니지만 매일 「온전한 정신과 온전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복음의 가치를 수호하고 실천하며 완덕을 추구하는 생활을 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신앙을 지키고 증거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 훌륭한 순교자의 후손답게, 하느님과 예수님을 위해 신앙인으로서 이웃에게 봉사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의 순교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나를 끊어 버리고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하루하루의 삶을 순교하는 마음으로 살 때, 이런 작은 순교를 실천할 때, 그 삶이 바로 증거의 삶이며 순교의 삶일 것이다.
■살레시오회 김보록 신부가 제안한 8가지 순교의 삶 실천 방법
1. 회개와 성화의 길을 쉬지 않고 꾸준히 걸어간다.
2. 큰 일이나 어려운 희생을 가끔하는 것보다 매일의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 작은 일들을 큰 사랑으로 정성들여 꾸준히 계속한다(여러 사람과 나누는 인사, 직장 일, 집안 일, 이야기 등).
3. 예수님처럼 자기 자신의 모든 면에서 「남을 위한 자」가 된다.
4. 모든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예수님의 속죄적 고통과 합쳐 자신과 남의 성화와 구원을 위해 봉헌한다.
5. 어떤 어려움과 고통을 겪는다 해도 하느님께서 자기를 사랑하시는 것을 굳게 믿고 그분께 신뢰하고 의지하며 그분을 끝까지 따른다.
6. 어떤 어려움과 분심이 있다 해도 기도를 꾸준히, 인내로이, 정성을 다하여 계속한다.
7.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의 계획과 뜻대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과 뜻대로 내가 움직이고 순종하도록 한다.
8. 누구나 용서하고 몇 번이라도, 어떤 일이라도 무조건 용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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