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만이 참된 치유의 길”
요즘 복수극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친절한 금자씨」라는 영화가 「올드보이」에 이어 꽤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 금자씨가 아이를 유괴해서 살인한 누명으로 13년간 옥살이를 하며 계획한 복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착하게 살던 누군가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용서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복수하는 길입니다.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를 선택합니다. 그녀의 삶의 목표는 이제 원수를 갚는 일이 되어버리고 금자씨는 은밀하고 잔인하게 계획한 복수를 해나갑니다.
사람들은 영화 속에 친절한 금자씨가 복수하는 모습을 보며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치밀하게 복수하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서 용서했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서는 복수를 꿈꾸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까요?
억울하게 당한 사람들이 쉽게 선택하는 것이 복수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결국은 자기 자신도 복수의 희생자가 되기 마련입니다.
두 남자가 사막을 걷다가 서로 다투게 되었습니다. 한 친구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다른 친구의 뺨을 때렸습니다. 뺨을 맞은 친구는 말없이 모래 땅위에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내 뺨을 때렸다』
두 사람은 오아시스가 나올 때 까지 말없이 걸었습니다. 오아시스에 도착하자 뺨을 맞은 친구가 서둘러서 물에 뛰어들었다가 그만 늪 속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뺨을 때린 친구가 손을 내밀어 그 친구를 구해주었습니다. 물에서 나온 친구는 이번에는 돌을 하나 구해서 그 위에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 나의 친구가 내 생명을 구해 주었다』
다른 친구가 왜 뺨을 맞았을 때에는 모래위에 그 사실을 쓰고, 물에서 구해 주었을 때에는 돌에다 새기느냐고 물었습니다. 친구가 대답했습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괴롭혔을 때 우리는 모래에 그 일을 새겨야해. 용서의 바람이 불어와 그것을 지워버릴 수 있도록…. 그러나 누군가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하였을 때 우리는 그 사실을 돌에 기록해야 해. 그래야 망각의 바람이 불어와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테니까』
우리 속담에도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하나여서 은혜를 새기든 원수를 새기든 둘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데 돌아보면 우리는 그것을 거꾸로 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받은 소중한 은혜는 물에 새겨 금방 잊어버리고 마음에서 버려야 할 원수는 돌에 새겨 두고두고 기억합니다.
은혜를 마음에 새기고 사는 사람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은 은혜를 나누며 살기 때문에 삶을 기쁘게 꾸며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마음에 원수를 새기고 나면 그것은 마음의 상처가 되고 피해의식이 커져서 스스로를 괴롭게 하고 삶을 망가지게 만듭니다. 우리 자신이 상처 받고 쓰라림을 안고 원망하는 사람으로 머물 때, 자신뿐 아니라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과 공동체도 상처로 얼룩지고 우리의 삶은 천박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얼마만큼 용서해야하느냐』는 베드로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한없이 용서해야한다』고 대답하십니다. 한 번의 용서도 어려운데 한없이 용서하라는 주님의 말씀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용서의 길로 이끄시는 것은 용서만이 우리를 치유하는 참된 길이기 때문입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의 잘못을 눈감아 준다거나 내가 받은 상처를 망각 속에 던져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용서는 우리 자신이 과거의 상처 속에 머물며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원망하며 망가져 가는 삶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즉 내가 받은 상처를 분명하게 의식하고 더 이상 내 스스로 그 상처의 피해자로 머물지 않겠다는 용감한 결단이며 해방선언입니다.
결국 우리는 용서함으로써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복수심과 미래의 불안으로부터 해방되고 치유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심을 굳게 믿는 사람만이 참된 용서의 길을 갑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남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기 때문입니다.
용서는 주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이며 주님을 위해 사는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은혜를 새기고 늘 감사하며 살아가는 은총의 삶이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김영수 신부〈전주 용머리본당 주임〉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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