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했던 상동종합사회복지관은 전남 목포의 영구임대아파트지역에 있기에 이용하시는 분들 대부분 가난한 이들이다. 그분들의 삶을 접하게 되면 참으로 가슴 아플 때가 많다. 때때로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서 진한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작년 겨울의 일이었다. 복지관 이용자들을 위한 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던 중이었다. 남루한 옷차림에 장애를 지니신 자매 한분이 저를 꼭 만나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속으로 『아마도 저분이 딱한 사정을 말하며 우리 복지관에 어떤 도움을 청하겠지?』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분을 모시고 사무실로 가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자매는 장애인이며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자다. 시에서 주는 생계급여와 장애수당이 있는데 그 돈을 시어머니가 관리하신다고 한다. 다른 식구들에게는 생활비를 잘 주시지만 자신에게는 거의 주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은 거의 돈을 써보는 경우가 없어서 틈틈이 박스나 신문지를 모아 고물상에 판매해 생기는 그 돈을 가지고 꼭 필요한데에다 쓰고는 나머지는 통장에 넣어둔다고 한다. 나를 찾아온 이유는 그 통장에 한푼 두푼 모은게 곧 십 만원이 되니 그걸 자신보다 처지가 어려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서 써달라는 것이다.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있는 사람들에게는 십 만원이 별거 아니겠지만 그 자매님에게는 엄청나게 큰돈이다. 그래서 난 그 십 만원을 받아들고 과부의 랩톤 두닢을 보고 감동을 하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었다.
『세계가 100인의 마을이라면 그 100명 중 20명은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입니다. 75명은 먹을 양식을 비축해 놓았고 비와 이슬을 피할 집이 있지만 나머지 25명은 그렇지 못합니다. 17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조차 없습니다』
매일미사 뒤편의 「만일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글의 일부이다. 우리 시대는 생산품이 적거나 식량이 부족해서 가난하고 굶주리는 것이 아니다. 분배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배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것은 참나눔 정신이다. 주머니에서 굴러다니는 귀찮은 동전하나를 거지에게 던져주는 행위는 나눔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한 나눔이 아닌, 나에게도 꼭 필요하지만 나보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그것을 뚝 떼어 주는 행위야 말로 참나눔의 정신이라고 하겠다. 나눔도 용기가 필요하다. 장애를 지닌 가난한 자매의 얼굴을 다시 떠올리며 사제로서의 참나눔 정신이 어떤 것일지 묵상을 하게 된다.
박공식 신부 (나주 노인복지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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