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소외된 사람 통해‘차가운 비판’ ‘따뜻한 고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민식(빈첸시오.77)씨의 작품을 만나면 일순 마음이 불편해짐을 느낀다. 때론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을 떨구어내지 않고는 못배긴다.
흑백사진 속에 담긴 소외되고 가난한 군상들. 그러나 짓밟힌 꽃에서 풍겨나는 향기가 더욱 진하듯 힘들고 지친 그의 사진속 인물들은 삶 너머의 희망을 더욱 강하게 전한다.
최씨는 7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세상의 가장 낮은 데를 찾아다닌다. 그의 카메라는 끊임없이 가난한 사람의 일상을 포착하며 사회의 문제들을 파헤치고 인간애를 담아낸다.
『이름없는 서민의 표정이나 모습에서는 생생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 사진이 인간을 주제로 하는 까닭은 사진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 인간적인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최씨는 『사진찍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류 평화에 닿아있다』며 스스로의 힘이 미치는 한 『우리 시대에 함께 호흡하고 있는 민중 전체를 사진에 담고자 노력한다』고 밝힌다.
특히 자신의 작품에 대해 최씨는 『인간이 머무는 곳이 나의 사진 영역이며 인생 그 자체가 소재』라며 『나의 사진은 예술적 감동보다 사회적 문제를 지닌 인간과 그들의 삶을 담고 그 사진을 통해 차가운 비판과 따뜻한 고발성의 비판을 나타낼 수 있도록 고민해왔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최씨의 작가정신은 오래전 국제 무대에서 먼저 인정받아왔다. 그의 작품은 영국 「사진연감」에도 수록돼 있으며 각종 전시회를 통해 「스타 사진가」로 알려져왔다.
9월 16일까지 서울 도곡동 EBS 본사 1층 로비에서는 그의 보편적인 휴머니즘을 한껏 드러내는 사진들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EBS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의 하나로 최씨의 다큐 사진 중 「생명과 평화」를 주제로 선별된 작품 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을 통해 휴머니즘적인 정의사회를 밝히기 위한 신념을 불사르고 있는 노(老) 작가의 작가적 역량을 다시금 확인할 수 기회가 될 듯하다.
평생을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쉼 없이 사진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최씨는 인생의 오직 하나의 행운을 꼽는다면 독학으로 사진에 미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1955년 일본에서 미국 사진작가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사진집 「인간가족」을 접한 계기로 사진찍기를 시작해 서민들의 평범하고도 치열한 일상에 늘 함께 머물며 머리로써가 아니라 몸으로써 체험한, 가슴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국내 유명 상은 물론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20여개국의 사진 공모전에서 입선, 입상했으며 사진집과 수상집 20여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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