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위는 한국 교회 주춧돌 놓은 ‘신앙 선조’
3년 전 교황청 허가 이후
시복시성 운동 본격 추진
각 교구별 순교극·성화전 등
124위 위한 기도 운동 펼쳐
⑶124위 시복시성운동에 동참을
왜 공경해야 하나?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이 없이는 아무도 그리스도 때문에, 복음 때문에 자기 목숨을 내놓을 수가 없다. 초기순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느님께 대한 인식과 변함없는 믿음이 있었기에, 박해와 혹독한 형벌을 겪으며 순교의 길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은 「103위 성인조차 제대로 현양하지 못하면서 또 무슨 시복시성이냐」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초기순교자들은 103위 성인들의 부모 세대며, 그 성인들의 표양이 된 신앙선조들이다. 여기에다 이 분들 역시 하느님 가르침을 자신의 목숨이나 현세의 물질보다 더 앞자리에 두었고, 마지막에는 죽음의 두려움을 물리치고 순교한 분들이기에 공경해야 하는 것이다.
시복시성 추진 경과와 전망
주교회의가 각 교구별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시성 작업의 통합 추진을 재확인하고 담당 주교를 선출한 것은 2001년 3월, 한국 주교단의 교황청 정기 방문을 기해 로마에서 개최되었던 봄 주교 총회 때였다. 이후 2002년 9월 4일자로 「하느님의 종 윤지충과 123명 동료의 시복시성 통합 추진 작업」이 교황청 시성성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이래 추진 작업의 행보가 훨씬 가속화되면서, 그 이듬해인 2003년 10월에 순교자들의 행적과 신심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약전이 발행됐다. 이어 2004년 5월 21일 주교회의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박정일 주교는 시복안건 착수와 법정 구성에 관련한 교령을 발표하게 된다.
이에따라 한국교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주교가 주재하는 시복재판을 2004년 7월 5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게 되었다.
시복시성 대상자로 선정된 순교자들에 대하여 한국교회 차원에서 그 순교사실을 확인하고 복자로 추대하기 위한 조사를 재판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시복재판」이라 한다. 지난해 7월 첫 시복재판이 이루어진 후 매 달 한번씩 개원, 역사 및 고문서 전문가 위원 법정 증언이 지난 4월에 열린 제10회기로 끝났으며, 9월 24일 제14회기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 시복재판은 올해 말로 모두 끝나게 되며, 내년에는 일부 대상자에 대한 현장조사(태생지, 성장지, 순교지, 묘소 등)가 펼쳐지게 된다.
한편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는 모든 재판 기록과 기타 진행 사항들을 영역해 로마 시성성에 제출해야 하는데, 그 작업을 끝마치는 시점을 2007년말로 잡고 있다.
124위 기도운동 실태
현재 대구대교구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4시에 관덕정순교기념관에서 「124위 순교자」를 주제로 교회사 강좌를 마련하고 있고, 부산교구는 124위 관련 기도문을 교구내 전 본당에 배포, 모든 미사 전에 기도를 봉헌하길 권유하고 있다. 또한 「시복시성을 기다리는 순교자들」을 주제로 한 성화전을 9월 1~30일 오륜대한국순교자기념관에서 갖고 있다. 이 성화전에서는 124위 중 우선적으로 24위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초기교회 여성 순교자들의 삶」을 주제로 한 꽃꽂이전을 9월 24~26일 한국순교자기념관 강당에서 가질 예정이다.
원주교구는 124위에 포함된 교구 3명의 순교자 중 최해성(요한)을 기리는 성극을 9월 23일 배론 성지에서 공연한다. 제천 청전동본당이 주축된 이번 성극의 제목은 「꽃잎 떨어져 열매 맺히던 날」. 원주교구는 올해 처음 갖는 행사지만 향후 순교자의 덕행을 계승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행사를 꾸며 갈 계획이다.
이밖에 대구 상인본당이 2003년에 「124위와 증거자 2위」의 시복시성을 위한 「126일 기도」를 봉헌했고, 순교자현양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도 지난해 연중 피정동안 124위 시복을 위한 기도를 봉헌한 후 올 9월에는 순교자의 삶에 대한 발표회를 갖기도 했다.
■“103위 성인에 초기 순교자들은 다 빠져”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박정일 주교
-순교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시복시성 추진이 교회와 신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교회는 이미 103위라는 많은 순교 성인 성녀를 모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무엇 때문에 또 많은 성인 성녀의 시복 시성이 필요한가 하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러나 성인 성녀가 많으니까 이제 그만이라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지 좋은 것이 많으면 더 좋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은 훌륭한 선조들을 현양하는 것이 후손들의 도리라는 점으로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우리 후손들이 선조들의 신앙심을 본받기 위한 귀감(龜鑑)으로 삼기 위함이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성인 성녀를 모시고 그분들을 본받는 노력이 없다면 시복 시성도 아무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124분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는 첫째로, 103위 성인 성녀의 시복 시성을 추진할 때에는 한국교회의 주춧돌이며 초기 순교자들이 한 분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1784년 한국교회가 설립된 때부터 기해박해(1839년)가 일어나기까지 약 60년 동안 수많은 훌륭한 순교자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이 몽땅 빠져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이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지요. 우리 후손들이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할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기해박해 이후의 순교자들(병오, 병인박해) 중에서도 많은 훌륭한 순교자들이 계시는데 103위 시복 시성 추진 때에 조사 미비와 불충분 등으로 빠져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지금 추진하고 있는 시복 시성은, 초기 순교자들과 기해박해 이후 종교 자유가 주어질 때까지(1886년 한불 수호조약), 조선 왕조 약 100년 동안의 모든 순교자들을 면밀히 조사하여 확실히 완결하자는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한 가지 참고로 말씀드리면, 지금 한국의 두 번째 사제이신 최양업(토마스) 신부님을 증거자로 모시기 위한 시복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범우 토마스의 시복 절차는 아직, 그분의 순교 사실에 대한 역사가들의 견해가 일치 하지 않고 이견(異見)이 있는 관계로 진전이 늦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124위 시복 시성운동에 한국교회 전체, 특히 신자들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바람직한 것은 모든 신자들이 시복 시성 추진에 대해 충분히 알 뿐 아니라, 시복 시성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순교자들의 현양 운동을 펼치며 그분들의 순교정신을 본받는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지금 모든 교구에서, 물론 교구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시복 시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여 여러 교구에서 순례와 현양운동 등이 이뤄진다는 소식을 접할 때 저는 매우 기쁩니다.
이미 공지한 바 있지만,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 동안, 「하느님의 종」들은 아직 복자나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공적 예배나 전례 행위는 금지됩니다. 그러나 사목자나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순교자들의 현양과 시복 시성을 구하는 기도는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어떤 순교자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그 전구를 구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장려되는 것입니다. 특히 어떤 순교자의 전구로 은혜를 받은 경우는 그 사실을 저희 위원회에 꼭 알려 주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시복 시성 추진위원회에서는 「시복 시성 기도문」과 순교자들의 약전(「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약전)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모든 신자들이 꼭 기도문을 소지하고 기도 드리며, 약전도 읽음으로써 순교자들을 본받는 신앙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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