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모두가 소중한 제 자식 같아요”
월·목요일 하루 6~7명 상담
“올바른 가정문화 밑바탕돼야”
“우리 사회의 문제가 그대로 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민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군에서 상담사로 위촉받아 지난 1월부터 서부전선 최전방 육군 전진부대에서 장병들을 대상으로 상담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오순자 수녀(성심수녀회)는 군에 대한 보다 따뜻한 눈길을 제안한다.
20년 가까이 교단에서 여학생들만을 만나오던 오수녀의 전향(?)은 어떤 면에서,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신 나간 짓’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런 그의 선택에는 자라나는 세대들을 향한 남모를 사랑이 깊숙이 녹아있다. 자신이 가르치는 여학생들이 건강한 ‘나머지 반쪽’을 만나야 건강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치면서부터 피어오르기 시작한 남성교육에 대한 뜻이 자연스레 군사목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전진부대 의무대에 마련된 상담실 ‘마음샘터’로 출근하는 오수녀의 하루는 한마디로 정신이 없다. 일반 상담사들이 하루에 보통 4명 안팎을 상담하는데 비해 그는 예닐곱명을 넘기는 게 예사여서 녹초가 돼 상담실을 나서는 게 다반사다. 그만큼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만나고 나면 얼굴이 달라지는 게 금방 눈으로 확인되니…. 그들이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님의 은총이라 생각됩니다.” 오수녀는 자신이 욕심 아닌 욕심을 부리게 되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한다. 공소를 돌아 다니며 장병들을 만나고 부대에서 요청해오는 대로 병사들을 찾아가 특강을 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짧기만 하다.
“군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군대에 들어와 어느 날 갑자기 괴물로 둔갑한 이들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그들도 가정이 붕괴된 우리 사회의 희생자들일 뿐입니다.”
10개월에 걸친 오수녀의 병영 내 활동의 결론 가운데 하나는 사회와 군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정문화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다. 그를 찾아오는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도 궁극적으로는 가족관계에서 파생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민과 군의 연대활동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어떻게 살아갈 지 잘 모르는 게 젊은이들의 문제”라고 밝히는 오수녀. 정년을 군에서 맞을 계획이라는 그녀는 “이들에게 다가서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며 “특별한 자질이 아니더라도 조그만 능력이나마 나누고자 하는 마음과 자세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군에 자식을 보낸 어머니의 심정으로 주위에 있는 군부대 장병들을 한번 더 돌아볼 때 청년사목에 새로운 전망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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