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활동하고 있는 전남 나주는 고려 태조 왕건과 견훤이 후삼국의 패권을 잡고자 공방전을 벌였을 때 왕건이 승리한 것을 계기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다. 풍부한 역사적 유물과 문화사적 자산을 지녀 천년 고도의 목사골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나주는 교회사적으로도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박해시대에 이춘화(베드로), 강영원(바오로), 유치성(안드레아), 유문보(바오로) 네 분이 순교하신 곳이 나주이다. 더불어 이곳은 광주대교구의 교구장으로서 신앙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업적을 남기신 고 현 하롤드 대주교의 기념관과 교육, 의료 등 자선을 통해 복음화에 앞장 선 까리따스 수녀회 한국 첫 본원이 자리 잡은 곳이다.
전남의 정신사적인 중심이자 교회사적으로도 광주대교구의 혼이 담긴 곳이 바로 나주이다. 그러나 나주에 안타까운 것이 하나 있다. 주일이면 나주시내 모처에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유심히 보면 다름 아닌 성모님과 관련된 헛된 거짓 주장을 하는 사람의 집을 방문하는 잘못된 신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다. 교회의 권고에 따르지 않고 끈질기게 다니는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지가 않다. 우리의 참된 신앙은 기적이나 요행을 바라며 소원을 성취하는 길이 아니다. 또한 초능력을 발휘하여 자기를 과시하거나 신앙을 빙자하여 세속적인 부와 명예를 얻는 길도 아니다. 오직 하느님이 베푸신 은혜에 감사하며 그분의 자비를 믿고 온갖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죽기까지 인간을 사랑하신 그리스도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집안의 아버지가 칼이나 성냥을 가지고 노는 어린 아이에게 그 행동을 단호히 하지 말라고 금지하는 것은 그 아이에게서 즐거움을 빼앗기 위함이 아니고 그 행위가 자녀에게 미칠 위험 때문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복지관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힘들게 일하고 가슴에 한가득 보람을 안고 돌아간다. 그 봉사 중에서도 가장 생색이 안나고 힘든 일이 바로 주방봉사다. 어르신들께 일주일에 5일 점심급식을 하기에 복지관 가까이 있는 성당의 자매들이 다섯 팀으로 나누어 매일 허리가 휘어지게 일하고 가신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할머니 식사 맛있게 하세요”하며 배식하는 봉사자들의 미소를 보며 하느님 나라의 미소를 발견한다.
헛된 기적을 쫓아다니며 그 먼길을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눈물이니 향기니 하는 감상적이고 기복적인 것만을 찾아다니는 사람들과 고된 이웃사랑의 봉사를 마치고 좁은 차안에 겹겹이 앉아 그날 있었던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에피소드로 웃음꽃을 피우며 집으로 돌아가는 신자들 중 하느님은 어느 편을 더 반기실까?
잘못된 신심은 우리 신앙 선조들의 순교정신과 교회안에 행동으로 면면이 이어져오는 이웃사랑 실천으로 극복되어져야 할 것이다.
박공식 신부〈나주 노인복지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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