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사제 일치협력 중요”
■ 제2주제 : 교구의 최고 권력과 분배-박희중 신부(인천교구 성소국장)
교구장의 권력과 직무
교구장 주교는 교황의 권위 밑에서 직접적으로 지역 교회를 돌볼 최고의 권력을 지니고 있는 본 목자이다. 그러나 홀로 자신에게 맡겨진 교구를 통치할 수 없기에 사제단의 협력을 받아 다스리고 통치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복음선포를 더욱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하여 사제단과 일치하는 것이다.
보편적 최고 권력인 교황은 주교들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분쇄하기보다는 그들의 권력을 강화하고 보장한다. 그러나 탈권위 시대에 중앙 집권의 형태로 교황에게 임명을 받은 교구장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 과연 복음화에 득이 될 수 있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교구장이 자신에게 맡겨진 권력을 독점하고 강화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사제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평신도들에게 위임하고 협력할 때, 교계 제도 안에 사랑의 유대가 더 강화될 것은 물론이고 복음선포라는 교회의 사명 역시 원활하게 이루어 질 것이다.
통치 권력(통치 직무)
‘주교들은 그리스도의 대리자요 사자’이므로 백성을 다스리는 통치권(직무)을 갖는다. 그리스도는 목자인 주교 안에 현존한다. 주교가 갖는 권리와 의무의 상호 관계는 그리스도가 교회를 세운 사랑의 유대에 입각하고 있다. 주교는 그 권한을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봉사를 받기 위함이 아니라 봉사를 하는, 즉 섬기는 정신으로 행사해야 한다.
주교는 기꺼이 사제들의 의견을 듣고 신뢰로써 그들과 대화하고 일치 협력하여 교구 전체의 사목적, 사도직 활동을 추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구장이 교구의 사제들과 형제적인 친교를 이루지 못하고 동료 사제들을 동반자로 여기지 못하고 통치의 대상으로 여기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교구를 독선적으로 이끌어 갈 유혹에 빠지기가 매우 쉽고, 사제들 역시 교구장과 교구에 대한 불만으로 자신이 몸담아야 할 교회와 교구에 회의를 품게 되고 급기야는 사제직 자체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교구장의 교구에 대한 통치권은 무제한의 임의적인 권력이 아니고 상위 권의의 관할권 및 개별 교회의 사명에서 다른 개인들과 집단들이 행하는 합법적 역할에 어울리게 행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교구마다 교구장의 원로원으로서 사제단을 대표하는 사제평의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사제평의회는 주교에게 맡겨진 하느님 백성의 사목적 선익이 최대한 향상되도록 법규범에 따라 주교를 보필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런데 사제평의회는 구성원이 비교적 많기에 긴급한 안건이나 비밀 준수가 필요한 안건을 다루기에는 부적절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제평의회의 상임 위원회 격인 참사회가 더 적합하다.
교구장이 참사회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사항은 재무 담당의 임명과 해임, 중대한 재산관리이다. 따라서 교구장이 참사회의 자문을 받지 않고 위의 일을 결정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사목평의회를 교구에 설치하여야 한다. 이 사목평의회는 사목활동에 관한 일을 연구 검토하여 실천적인 결론을 교구장에게 제안하는 것이 목적이다.
교도직무
가톨릭교회의 교리를 전수하고 전수받은 이들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 믿어야 할 것을 제시하고 이에 동의하도록 가르치는 것을 교도직무라 하는데 이는 주교들의 중요한 직무중에서도 가장 수위의 것이므로, 사도들처럼 용기를 가지고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신앙의 오류들에 대하여 그리스도인들을 위하여 방어해야 한다. 교도직무를 통해서 주교들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교리를 가르치고 계시된 교리나 이에 필연적으로 결부된 교리를 가르치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것이며, 성령의 힘으로 그들을 신앙에로 불러들이며 사람들에게 산 신앙을 더욱 굳게 해야 한다.
또한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를 가르쳐야 할 것이니, 즉 그리스도를 알기에 필요한 모든 진리를 가르칠 것이다. 더 나아가 모범적인 생활로 하느님을 드러내고 그로써 영원한 행복을 얻게 하기 위하여 하느님께서 제시한 길도 가르쳐야 한다.
성화직무
백성을 거룩하게 하는 사제 직무인 성화 직무는 우선, 대사제이며 하느님 신비들의 주된 분배자이며 또한 자기에게 맡겨진 교회에서 전례 생활 전체의 주관자들이요 추진자들이며 수호자들인 주교들이 집행한다.
교구장은 거룩하게 하는 사제 임무를 통하여 자기 스스로를 거룩하게 함은 물론이고 교구 사제들을 거룩하게 하고, 이들과 협력하여 자신에게 맡겨진 신자들을 거룩하게 이끌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나가는 말
시대와 통치권의 변화 안에서 주교들의 선발 방법이 바뀌었고 그 권력 또한 교황청의 영향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위로부터의 권위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 시대에 교회 역시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언제까지나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는 형태의 권위를 인정받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초대 교회의 모습처럼 아래로부터의 권위를 받아들이는 형태로의 변화는 언젠가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사제나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들의 요구 이전에 교회 스스로가 변화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교회의 권위는 새롭게 자리 잡을 것이다.
“평신도사도직 주체로 노력을”
■ 제3주제 : 평신도의 교회생활 참여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한홍순 교수(한국외대)
새로운 교회관과 평신도
세례성사와 견진성사에 의해 평신도는 성직자, 수도자와 더불어 하나인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며 성직자, 수도자와 마찬가지로 하느님께 사도적 사명을 받는다. 평신도는 ‘교회의 살아 있고 공동 책임을 지고 있는 구성원’이다.
평신도들이 지니고 있는 소명의 ‘세속적 성격’으로 말이암아, 그리스도의 교회는 희망과 사랑의 표지요 원천으로서 세상의 모든 분야에 현존하게 된다.
이들은 모든 하느님의 백성과 친교를 이룬 가운데 그리스도 안에서 ‘복음화와 인간 성화를 위하여 힘쓰며’ 자기들의 일상 생활 현장을, 곧 자기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정신, 풍습, 법률, 구조 등을 그리스도 정신으로 충만하게 하여 하느님께 봉헌하도록 불렸으며 거기서 ‘이들이 바로 교회’이다.
이들은 성직자, 수도자와 함께 교회와 세상의 복음화에 있어서 공동 책임을 지고 서로 보완한다. 이들이 교회와 세상에서 제 구실을 하지 않으면 교회는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평신도의 교회생활 참여 현황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 개혁의 일환으로 실시한 전례 개혁을 통해 전례 언어로 라틴어 대신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평신도들이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평신도들은 서품이 필요하지 않은 교회의 직무와 업무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 사명 참여자들로서 이들은 주교회의와 교구의 여러 위원회, 본당과 교구의 사목평의회(협의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교구의 여러 부서의 운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근년에 와서는 성체 분배에도 참여하고 있다. 본당 차원의 사목평의회는 거의 모든 본당에 조직되어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교구 차원에서도 대다수 교구에 사목평의회가 조직되어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직후인 1968년 전국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가 결성된 이후 각 교구에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가 결성되어 평신도 사도직을 증진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교회의에 의해 ‘평신도의 날’(평신도 주일)이 제정되고 이날 강론을 평신도가 맡을 뿐만 아니라 2차 헌금을 교구와 전국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의 재원으로 사용하게 됨으로써 이들의 활동은 더욱 체계적,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은 61.3%가 1개 이상의 평신도 운동·단체나 후원회에 가입하여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나 자신이 곧 교회다’라는 신원 의식을 투철히 갖고 있는 평신도는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이들의 다수가 여전히 친교의 교회상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웃과 함께 사랑의 공동체를 건설하기보다 자기 구원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종교적 개인주의에, 그리고 미사와 성사에 참여하기만 하면 신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여기는 형식주의적 신앙생활에 빠져 있다.
성직자 의존
평신도들은 사회에서는 성숙한 성인으로 대우받는 반면 교회에서는 아직도 미성년자로 대우받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의 교회 구조에 대한 평신도의 참여 수준은 이들의 시민 생활에의 참여 수준보다 낮다.
특히 효과적인 평신도의 향상은 많은 사목 주체들, 성직자들, 심지어 평신도들 간에 지속되고 있는 일정한 성직자 중심적 사고 방식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다. 심지어 공동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평신도는 자기 사도직의 주체로서보다는 성직자 사도직의 객체로 간주된다.
맺는 말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의 진지하고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서야 비로소 복음이 생활과 역사에 육화할 수 있는 것이다. 평신도들은 전례 활동, 다양한 직무, 임무, 역할을 통해 교회로서 성장해 나감과 동시에 세상의 성장에 이바지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은 세상에서의 책무에 대한 투철한 의식을 갖지 않고서는 교회적 의식을 투철하게 가질 수 없다. 세상 안에서 세상을 위해 존재하고자 하는 교회에서 평신도는 진정한 세속성은 물론 진정한 교회성을 지녀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복음과 문화의 분리, 복음과 정치의 분리, 복음과 경제의 분리는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의 진정한 교회성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은데 기인한다.
친교의 교회에서는 평신도의 참여를, 평신도들이 성직자들의 보조원으로 그 임무 수행을 돕는 것으로 보면 안된다. 그것은 마치 교회의 직무는 성직자들의 직무라고 말하는 것과 같으며, 이것은 다시 몸의 임무는 머리의 임무와 같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실, 하느님의 백성들은 모두가 방법과 정도는 다르지만 교회의 사명 전체에 참여한다. 그 가운데 평신도의 사명과 성직자의 사명은 서로 의지하여 성장한다.
이러한 풍부한 친교의 교회론이 실천에 옮겨지기 위해서는 모든 하느님 백성의, 특히 평신도의 지속적인 교육과 이들 각자의 성화 소명에 대한 근본적인 응답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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