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잔치에 초대합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입니다.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응답하는 삶이라면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풍성한 은총의 열매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의 신비에 대한 여러 가지 비유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로운 초대에 응답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를 어느 임금이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푸신 것에 비유하시며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얼마나 좋은 것들을 마련해 두시는지, 그리고 그 좋은 것을 누리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하십니다. 오늘 비유에 나오는 왕은 혼인 잔치준비를 다 해놓고 종들을 시켜 초대 받은 사람들에게 ‘어서 잔치에 오라’는 전갈을 보내었습니다.
귀중한 분이 베푸신 잔치에 초대를 받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고,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혼인잔치에 오지 않았습니다. 왜 그들은 오지 않은 것일까? 초청을 받은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은 자기 밭으로 일하러 갔고, 어떤 사람은 사업을 위해 갔고, 또 어떤 사람은 아예 심부름 온 종들을 잡아 때리기도하고 죽였다고 했습니다.
이 세 종류의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즉 자기 밭으로 간 사람과 장사하러 간 사람은 하느님의 뜻 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우선시 하여 신앙적인 일을 등한시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다른 부류는 자기 자신과 양심을 속이며 신앙적인 가치를 거부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생활과 삶에 충실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일 때문에 영적인 일이 무시당하거나, ‘최선’이 아닌 ‘차선’이 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 충실함 때문에 영적인 일을 등한히 하거나, 신앙이 내 삶의 우선순위에 있어서 차선이 되어버린다면 신앙생활은 형식적인 차원에 머물거나 주님의 뜻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먼저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 뜻을 따라 사는 사람은 ‘능력을 주시는 분을 힘입어’ 무슨 일이든 더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한량없이 풍요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풍성하게 채워주시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중 가장 거룩한 날은 주일입니다. 주일은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총에 감사하고 또 한 주간에 필요한 은총과 힘을 얻는 날입니다. 주일을 거룩히 지내는 사람은 거룩한 한 주일을 보낼 수 있고 거룩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우리네 인생길에서 주님께 마음을 열고 자신의 삶을 봉헌한다면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주십니다. 행복한 삶은 나에게 베풀어지는 은총을 감사할 줄 아는 삶이며 그 은총을 나눌 줄 아는 삶입니다.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하루에 잠시만이라도 주님 안에서 내 삶을 돌아보고 주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은총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새롭게 깨닫고 감사할 때 행복한 삶의 길도 열립니다.
주일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바쁘고 일이 많다면 그 삶은 얼마 못가서 인생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사실은 우리가 바빠서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입니다. 일주일 내내 자신의 일에 바쁘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소일하면서 단 하루도 주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은총에 감사할 시간이 없이 산다면 우리의 삶은 거룩해 질 수도 없고 진정한 영혼의 평화도 누릴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예복’은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사랑의 잔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할 삶의 모습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신앙인의 태도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주님의 부르심에 기쁘게 응답하는 삶, 하느님께 받은 사랑에 감사하며 그 사랑을 공동체 안에서 나누는 일,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은 주님의 잔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갖춰야할 예복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스스로 마련하신 구원의 잔치에 모든 사람을 초대하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는 공동체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누리는 기쁨이 넘쳐나고, 그 초대에 감사하는 사람들이 나누는 사랑이 흐르는 공동체입니다.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신 구원의 잔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그 기쁨을 이웃에게 전하며 살아가는 것이 곧 전교입니다. 전교의 달을 지내며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귀한 잔치에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기쁘게 참석하는 복된 삶을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김영수 신부(전주 용머리본당 주임)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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