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사목을 하노라면 일이 거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리 착한 직원들이지만 미묘한 문제로 사무적이고 형식적으로 만나는일, 관계 공무원이나 정치인들과 만나 우리 복지관이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운영이 되도록 이해와 지원을 구하는 일, 무턱대고 관장실을 찾아와 이상한 눈빛으로 무엇인가 결점을 찾아내고자하는 지역신문 기자들을 대하는 일, 각계의 업자들과 가장 현명하게 계약을 맺는 일 등 이 모든 일들이 성당에서 사목할 때 보다 힘들고 거친 일들이다.
때로는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혼자서 미사를 시작하는 무렵에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면 “또한 사제와 함께”라고 응해줄 신자들이 없을 때이다. 이보다 더 외롭고 힘든 일들이 하나씩만 찾아오면 극복해내기 쉬울텐데, 사람의 일이 다 그렇지 못하다. 어렵고 힘든 일들은 한꺼번에 몰려오는게 다반사고 이런 일들이 감정적인 부분과 연결이 되었을 때 슬럼프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럴 때 마다 “그냥 본당에 있을 걸 내가 어쩌자고 여기까지 와서…”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멘토라는 말이 있다. 멘토라는 용어의 사용은 그리스 신화인 오딧세이로부터 유래하는데, BC 1250년경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으로 출정하면서 그의 아들이자 왕자인 텔레마쿠스를 가장 믿을 만한 친구인 멘토에게 맡기고 떠났다.
멘토는 왕자의 교사로서, 조언자로서, 때로는 친구나 아버지로서 필요한 상담과 충고를 하여 왕국을 잘 이끌고 나갈 수 있도록 왕이 귀국하기까지 20년 동안 지도하여 지혜롭고 현명한 왕으로 성장시켰다는 데서 기인한다.
나에게도 스승님이자 조언자요 아버지와 같은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시는 멘토같은 분들이 계신다. 나의 멘토 한 분은 신학교 다닐 적 교수 신부님으로 지금은 수도회에 계시고, 또 한 분의 멘토는 아일랜드 선교사 신부님으로 오래전에 우리나라에 오셔 지금은 장애인복지계의 대부로 활동하시는 분이다. 힘들 때 교수신부님이셨던 분을 찾아뵈면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첫 마음으로 돌아갈 것과 경계를 긋지 말 것을 은연 중에 이야기해주신다.
또 선교사로서 장애인복지에 몸담고 계시는 또 한분의 멘토 신부님을 찾아뵈면 복지나 행정에 대한 기술적인 조언보다는 특수사목을 하는 사제들의 삶의 태도와 철학에 대해 넌지시 강한 메시지를 건네신다. 이분들은 존재 그 자체로서 나의 처진 어깨를 곧추세워주시는 이정표와도 같은 분들이시다.
불확실한 시대에 힘들고 외로운 일이 많아질 때 존재자체로 나의 스승이요 친구이자 아버지와 같은 멘토가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 길을 헤메고 있을 때 주저없이 가야할 길을 여러 가지 모습으로 상기시키고 등을 토닥거리며 마음으로 동행을 해주실 멘토를 모시고 있다는 것으로 주님을 향한 여정에 한걸음 한걸음을 힘차게 디딜 수 있을 것 같다.
박공식 신부 (나주 노인복지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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