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조선인, 그들은 지금…
“재일 교포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바뀌는데 제 작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서영일(아가다.56)씨가 지난 2000년에 이어 두 번째로 고국을 찾았다. 이번에 그가 들고 온 작품들은 일제시대 징용과 징집 등에 뿌리를 둔 재일 교포들의 삶과 그 현장을 담고 있다. 그래서 작품 제목도 ‘사진으로 돌아온 재일동포 1세’다.
10월 21일∼11월 4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김영섭사진화랑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처음 선보이는 재일 교포 1세대들의 모습은 평소 망각의 그늘 속 깊숙이 묻혀있던 한민족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광복 60주년에 맞춰 선보이는 이번 작품들은 그래서 우리의 슬픈 자화상처럼 다가온다.
“마지막 영정 사진 안 찍으실래요?” 작가가 찾아나섰던 재일 교포들은 ‘죽음’이란 말 앞에서야 굳어져 있던 마음을 슬며시 열어보였다. 그렇게 한장 한장 3년간 모인 작품들은 ‘교포 1세대’를 통해 드러난 집약된 고통의 시간에 다름 아니다. 늘 혼자인, 5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찾아가 안길 곳 없어 그것이 한이 되어 사진에 스며있다.
일본 내 게토인 조선인부락, 변소마저도 없던 곳을 사람냄새 풍기는 곳으로 일궈낸 교포들의 노년은 이제 작가의 말대로 ‘영정 사진’만을 남기며 흔적마저 지워져가고 있다. 늘그막에 아픔이 대부분인 새로운 세상과 마주쳤다는 작가는 가려 보이지 않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청하고 있는 듯하다.
※문의 02-733-6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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