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신앙의 의미를 회복할 때
점의 달콤한 유혹 벗어날수 있어
요즘에도 많은 사람들이 점을 본다. 오히려 예전보다 방식이 다양해졌다. 전통적인 점집들과 더불어 현대화된 점 풍속이 여러 가지 생겨났다.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점을 보고, 카페에서 차와 음악을 즐기면서 점을 보기도 한다. 점을 봐주는 사람들도 예전처럼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 것이, 마치 전문적인 상담자 같다.
이러한 현대화된 점 풍속이 단순히 새로운 문화 현상일 수도 있고, 실제 점을 보는 젊은이들은 점을 단지 가벼운 여흥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점을 본다는 것이 다른 문화나 여흥보다 사람들을 강하게 끌어들이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들에게 있어 점은 분명 대단한 유혹이다. 자신의 미래, 보이지 않는 일들을 보여준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점의 토대가 되는 것은 초자연적 존재가 인간의 삶에 개입한다는 믿음이다. 초자연적 존재가 자신의 의사를 인간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드러낸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에 기초하여 인간은 여러 가지 인간사에 있어서 그 초자연적 존재의 의사를 확인하여 그로부터 보장을 받기 원한다. 이러한 인간의 기대가 점의 형태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그 옛날부터 온갖 방법을 통해 점을 보려했던 것은 왜일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여전히 점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점을 보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초자연적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초자연적 존재가 세상과 인간에게 있어 궁극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은 일반적인 종교심성과 다르지 않다. 다만 초자연적인 존재가 언제든지 즉각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준다는 생각이 점을 보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점을 보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의사를 즉각적으로 확인하려는 기대가 있고, 자신이 필요로 할 때 초자연적 존재는 언제든지 직접적인 답을 준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점을 보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불확실성과 불안감도 포함되어 있다. 일상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초자연적 존재를 통해 해소하고자 한다. 불확실성과 불안을 극복하고 자신의 현실적 바람을 충족하고자 한다. 결국 점을 보는 사람들의 심리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의사와 자신의 현실적 바람이 일치하기를 기대한다. 자신이 하려는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보장과, 그 일이 초자연적인 존재의 뜻에도 부합하는 올바른 일이라는 정당화를 기대한다.
점을 보는 사람들의 심리는 사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가장 인간적인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래적인 종교의 의미에서 판단할 때 점에는 분명한 문제점이 있다.
점이 지니는 결정적인 문제점은 초자연적 존재의 뜻을 인간이 원하면 언제든지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초자연적 존재 또는 신(神)을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으로 왜곡시켜 이해하는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청하면 언제든지, 그것도 지극히 인간의 기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응답을 주는 존재로 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초월적 존재 또는 신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다른 존재이다. 인간의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본래적인 신앙의 의미는 신의 초월성에 대한 인간의 겸허함을 전제로 한다. 신에게 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그 흐름에 순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흐름이 순간순간 어떻게 움직이고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곧바로 확인하려는 조급한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진정한 신앙이다. 진정한 신앙의 의미를 회복할 때 점의 달콤한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오지섭 (서강대 종교학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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